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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섯 (in Spain)

#122> 엑세스

by 엘트리고 202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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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23, 2020

 

저번 주에 MS 오피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액세스를 공부했습니다. 실험 데이터가 너무 방대해서 엑셀로만 관리가 힘들 것 같아 액세스를 이용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늘 있었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3년 치 실험 데이터를 다 만들고 나서 액세스로 모든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기 위해서 온라인 수강을 신청해서 강의 영상을 차례대로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강의 영상을 반 정도 들었을 때 액세스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떻게 데이터를 구축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이 생겨서 수많은 엑셀 파일을 액세스로 이동시키고 아주 간편하게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엑세스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2011년도부터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팀이 품질보증팀으로 바뀌어서 업무의 대부분을 품질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관련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5,000행이 넘는 엑셀 데이터가 새롭게 생성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아서 '액세스를 공부해야겠다' 다짐하며 액세스 책을 한 권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책은 3년 넘게 회사 책상 책꽂이에 고스란히 꼽혀 한 번도 꺼내보지 못한 책이 되었습니다. 당시 어느 순간부터 요령이 생겨서 엑셀만으로도 충분히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되어 굳이 액세스를 귀찮게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지나 지금 시점에서는 데이터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3년치 데이터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액세스를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액세스를 통해 그 고민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어떤 영역에 관심이 생겨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그 순간 

그 순간은 내 순수 의지와는 다르게 당시의 특정 상황과 맞물려 찾아오는 기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엑세스 책을 회사 책상 책꽂이에 몇 년째 놔두고 신경조차 쓰지 않던 시절의 내 관심사와 실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하루에도 몇 번씩 액세스 강의를 들으며 노트 정리하는 현재의 내 관심사의 정도의 차이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할 만큼의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

현재 존재하지만 내 관심 영역밖에 있어서 신경쓰지 않는 그 수많은 것들은 언젠가는 내 관심의 영역에 들어와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만드는 내 삶의 핵심 영역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일본 영화 '러브레터' 가 한국 극장에서 상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여러 커뮤니티에 러브레터에 대한 감상평과 후기들이 올라왔었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읽을 가치가 없는 글로 여겨져 단 한 번의 글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4년 뒤 러브레터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4년 전 그들이 적어놓았던 감상평들을 일일이 찾아가며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4년 전 존재했지만 내게 무의미했던 것들이 4년이 지나 내게 의미 있는 가치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내 관심영역 밖에 것들에 대해서는 이기적일 정도로 무관심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존재의 가치만큼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비록 지금 내가 관심이 없어 몇 년째 책꽂이에 꼽혀 있던 책이 시간이 지나 그토록 필요한 존재가 되어 구석구석 정보를 찾아보게 되는 것처럼 그것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존재에 대해서 언젠가는 액세스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늘 마음 한 구석에 그 공간을 마련해 두어야겠습니다. 

 

다시 읽어보기!!!  #3> 늦은 밤 러브레터의 감동

https://eltrigo.tistory.com/4 

 

 

Sunday, August 23, 2020 @ Lleid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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