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020
삶을 10년 단위로 나누어서 평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10년의 간격은 인생에서 20대, 30대, 40대 등 이렇게 세대를 구분 지어 주는 시간이기도 하며 또 가장 단순하게 과거를 회상할 때 10년 전 오늘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인 2010년 이맘때쯤 무얼 하고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니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신입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직급은 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었을 때입니다. 경기도 안성의 아주 시골마을에서도 더 외곽에 위치한 육종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정체된 삶에 대해 늘 답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되돌아 보면 그 삶이야 말로 정말 안정된 삶이 었음에는 틀림없었을 텐데 그 안정이라는 단어가 왠지 발전이 결여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무척이나 강했던 것 같습니다. 30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20대 때 내가 가졌던 모든 꿈들이 사라졌다는 상실감과 더 이상 목표가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에 우울감이 극대화되었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충분한 시간과 아주 많은 가능성들이 내재되어 있던 그 시절, 그리고 하던 업무가 내 적성과도 잘 맞아 일하는 것은 재미있었던 그 시간들을 회상해 보면 그 당시 우울하다고 생각했던 무료했던 일상들이 지금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되어 있는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
20년 전인 2000년도를 생각해봐도 다시 시간을 되돌아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20년 전이 아닌 10년 전인 걸로 봐서 2010년 그 당시는 나게 있어 가장 축복된 시간들이었음에는 분명합니다. 2000년도에는 내 자신에 대한 분명한 아이덴티티도 없이 철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고 애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이 가득했던 반면, 2010년도에는 내 전공분야 그리고 내 직 (職)과 업(業)에 대해서도 분명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에 다시 한번 시간을 돌려 되돌아 갈 수 있다면 2010년 막 그 밑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예전 어느 웹툰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추억이란 여기는 기억들은 사실 길고 무료한 삶 중 스쳐간 몇몇 아름다운 순간이 미화되고 과장된 포장지 안에 간직돼 있을 뿐이다. "
과거에 대한 그 아련한 그리움은 어찌 보면 내 망각이 만들어낸 미화되고 과장되어 있는 기억은 아닐까?
그 당시 답답함을 토로했던 그 무료한 일상들은 다 잊혀진체 그저 단편적인 기억 몇 가지를 가지고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입니다. 어린 나이에 꿈을 상실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 현재의 내 꿈은 그 당시에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과연 그 시절은 망각이 만들어낸 미화된 추억이라기 보단 내가 내 안에 도그마에 갇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시간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내가 정한 세계에 갇히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좁아집니다.
넓은 세상에 살아야 겠습니다. 10년 전 내가 정해놓았던 그 편협한 세계에 갇혀 소중했던 일상을 너무 쉽게 흘려보낸 그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10년 뒤 오늘을 회상할 때는 미화되고 과장된 단편적 추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잊히지 않는 일상들의 축적' 이 만들어낸 내 실력과 능력의 밑바탕이 되었던 시간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unday, September 2020 @ Lleida, Spain
p.s. 2010년 당시 무진장 듣던 노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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