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23, 2004
어찌 보면 2000년 초 겨울에 봤어야 할 영화를 오늘 늦은 밤 영화관이 아닌 내 방 컴퓨터 앞에서 봤습니다. 2000년 초 추운 겨울 당시 다니던 교회 청년부 게시판에 러브레터의 감동을 적은 글을 많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무의미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의 전환”
예전 명절 때 큰집에 갔다가 우연히 예전부터 책장에 꽂혀있던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홍정욱의 7막 7장이라는 책, 중1 때부터 명절날 큰집에 가면 늘 책장에 꽂혀 있던 책, 10년 넘게 1년에 한두 번씩 큰집 책꽂이에서 봐 왔던 책, 그리고 10년이 흘러서 어느 순간 책장에서 그 책을 꺼내 읽었을 때 그 책은 10년 만에 내 주위를 맴돌다 그 순간 나에게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으로 다가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그 책 한 권으로 받는 감동, 지금 내가 그 책을 통해 가지는 생각들을 다른 그 누군가는 내가 그 책에 관심도 없던 중학생 시절, 10년 전에 이미 그 감동 들을 받았었겠죠. 그리고 영화 한 편을 통해 느끼는 감동 역시 그 누군가는 예전에 이미 그 영화를 통해 그런 감동을 받았었겠죠. 그 당시 그들의 느낌, 생각들을 당연히 저는 알 수 없을 테고요!!! 그때의 그들의 느낌과 생각들은 저에게는 아무런 가치 없는 무의미 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 역시 오늘에서야 영화 한 편을 통해 그들의 감동과 느낌이 내게 의미 있는 생각들로 다가오게 됨을 느낍니다.
"러브레터"
오늘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영화를 다 본 후 분명 4년 전 그 당시 스쳐 지나가면서 봤던 러브레터의 감상평을 찾으려고 교회 청년부 게시판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1월... 몇몇 사람들의 감상평을 찾고 4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 내용들을 자세히 읽어보게 됩니다. 4년 전 내겐 관심도 없었고 잊혀 간 그 글들이 오늘에서야 내게 의미 있는 한 편의 글들로 내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이츠키(여)도 그랬지 않았을까?
잊고 있었던 이츠키(남)가 어느 순간 히로꼬와의 편지를 통해 자신에게 조금씩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히로꼬는 어떨까? 지금껏 자신이 아닌 이츠키(여)를 사랑해왔던 이츠키(남)를 이제 자신에게서 놓아주면서 잘 지내나요? 외치는 모습... 그녀 역시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이츠키(남)를 알게 되었지 않았을까?
우리는 어떨까요? 지금 내게 무의미한 것들 아무런 관심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이 내게 의미있는 것으로 다가올 날이 있겠죠. 갑자기 누군가가 좋아졌을 때, 지금껏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좋아졌을 때, 사진첩을 뒤지다가 보면 늘 내 옆에 같이 나와 함께 사진에 등장하는 그를 발견하게 될 때가 있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간 그 사진 한장은 그리고 내 옆에 그 사람은 내게는 관심 없는 존재였다가 어느 순간 내게 의미 있는 존재로 소중한 존재로 다가오게 됨 또한 느낍니다. 그리고 늘 내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그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이 때론 신기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지금은 내가 놓치고 스쳐 지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게 또 다른 의미 있는 사람으로 다가올 때를 위해 조금의 기억과 그 자리를 남겨두는 건 어떨까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게 어느 순간 내게 다 의미 있는 존재로 소중히 다가올 나의 사람들입니다.
Saturday, October 23, 2004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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