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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섯 (in Spain)

#119> 문맥 (context)

by 엘트리고 2020.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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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3, 2018

 

개인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글을 쓸 때 문맥 (context)에 가장 많은 신경을 씁니다. 앞뒤 문장의 관계와 내 논리를 펼치는 문장의 구조 등등 문장 하나를 연결하기 위해 때로는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도 합니다.

 

이런 글을 가끔 오픈된 공간에 남기면 그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context에 대한 평가 혹은 피드백이 아니라 특정 단어 (word)에 대한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본인의 신경을 거스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앞뒤 문맥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그냥 공격적인 반응이 펼쳐지는걸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정치적 글을 쓰는건 위험해서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예전에 과거 정권에서 잘못됐다고 반대 측 사람들이 주장했던 문제가 현 정권에서도 발생되면 이유 불문하고 그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라는 ‘원칙’에 대한 문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논조의 글을 쓰게 되면 문맥에 대한 논리적 오류의 지적이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보다는 글 안의 특정 단어 (특히 금기시되는 정치 단어)에 꽂혀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가축이 도축되는 과정의 잔인성에 대한 의견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면서 사육/도축 시 동물복지가 시스템으로 확보된 “인증” 된 육류의 경우 그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 라는 논조와 함께 무작정 ‘육류 소비를 줄이자’라는 모토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 라는 context로 문장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증”이라는 막연한 단어만 남기는 게 싫어서 식품 “인증”의 예로 할랄푸드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반응은 ‘할랄푸드 도축과정을 본 적이 있느냐? 그것도 잔인하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등등 동물복지 시스템의 인증이라는 context의 흐름에 대한 반응은 온데간데없고 “할랄푸드”라는 특정 단어에만 꽂혀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만일 예시를 “청정원 시스템”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만일 그랬을 때 독자의 반응이 정말 달랐다면 word 가 context를 지배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입니다.

 

word 가 context를 지배하면 결국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미사여구의 단어만 나열되는 글이 되는 게 아닐까?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를 소개하며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어떠한 context를 그녀의 사진에 남겨놓지 않아 독자가 그 작품의 텍스트를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라는 설명과 함께 context는 독자가 해석할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석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들 그 사이사이에 있는 작은 단어 하나에만 꽂혀 버리면 그 해석의 공간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논문을 쓰고 피드백받을 때가 기분이 좋은 것이 그들은 ‘문맥에 대한 논리적 오류’를 지적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내 context를 이해하고 해석을 내리고 내게 돌려줍니다. 이런 하소연을 해도 결국은 내 글의 부족함이 더 큰 문제일 거라는 생각에는 늘 변함이 없습니다.

 

Wednesday, October 3, 2018 @ Spain, Lle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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