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다섯 (in Spain)

#130>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모자이크

by 엘트리고 2020. 12. 4.
반응형

Thursday, December 03, 2020

 

대학생 시절부터 운 좋게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유학 등등 감사하게도 여러 나라를 가보고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한 인생의 큰 자산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새로운 만남을 가능케 했지만, 반면 남들에 비해 더 많은 헤어짐을 반복한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최종 종착지가 아니였기에 언젠가는 그곳을 떠나야 했고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짐을 맞이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헤어짐의 반복에 내성이 생겼는지 어느 순간 부터는 남들에 비해 그 헤어짐에 무척 무뎌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헤어짐을 자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정들었던 누군가와 헤어짐을 맞이할 때 그 순간에 무척이나 의미를 두지만 계속해서 반복된 일을 겪은 나로서는 어느 순간부터 그 순간이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잊혀지고 또 새롭게 정착할 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할 것이기에 훗날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하게 되었을때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작은 기억의 공간만을 남겨두자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남들에게는 참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몇 년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데 어떠한 감정도 표출하지 않은 체 담담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그 헤어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냉정한 모습으로 비춰질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의 마음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일상에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서서히 변하는 것은 분명하기에 확답할수 없는 약속이나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의 표출보다는 새로운 곳에 정착할 그 사람을 위해 헤어짐의 그 순간이 아니라, 평소 가끔 물어봐 주는 안부의 인사가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을 향한 더 큰 배려로 다가올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모자이크 라고 합니다.

 

그 작은 조각 하나를 만드는 것이 가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분명 무덤덤해 졌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가끔씩 불쑥 찾아오는 공허함은 어쩔수 없이 나를 옛 기억으로 회귀시키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 하나하나들이 보여 우리가 보는 전체의 모자이크가 완성되고 나의 스토리 또한 완성될 것 같아 보입니다. 

 

오늘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하는 박사생을 위해 기차역으로 배웅을 갔습니다. 20대 중반의 어찌보면 어린 나이 때문인지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과 나누는 그 감정적 소요가 훨씬 큰 것 같아 보입니다. 나 역시 그와 같은 나이였을 때 맞이하는 헤어짐이 힘들어 미국에서 당시 귀국하는 전날 카페에 홀로 앉아 카페 문이 닫힐 때까지 앉아 글을 쓰며 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정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여러번의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그 순간의 감정이 영원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아쉬움의 감정보다는 새롭게 맞이할 상황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임을 알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무덤덤히 그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의 작은 조각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힘듭니다. 불쑥 불쑥 찾아오는 존재의 빈자리에 감정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언젠가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고 나의 인생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작은 헤어짐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내 일상에 집중해야 겠습니다. 

 

Thursday, December 03, 2020 @ Lleida, Spain

 

 

반응형

'생각 다섯 (in Sp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2> 멈추지 않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 2021.02.08
#131> 단어  (0) 2021.01.04
#129> 아무도 보는이 없을때 당신은 누구인가?  (0) 2020.11.23
# 128> 흔적  (0) 2020.11.17
# 127> 언어  (2) 2020.09.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