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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셋 (in USA)

#7> 늦가을의 Nat King Cole을 좋아하시나요

by 엘트리고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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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3, 2007

 

늦은 밤입니다. 자려고 누웠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 녹차를 끓여봅니다. 뜨거운 녹차를 손에 쥐고 어두운 방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늦은 밤 이 조용한 공간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득 Nat King Cole의 음악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Nat King Cole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창문 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얼마 전 눈이 와서 눈으로 덮인 체 얼어있는 길이 보입니다. Nat King Cole 음악과 이 늦은 저녁 풍경에 문득 3년 전 생각들이 머릿속을 하나하나 스쳐갑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생각들을 놓치기 싫어서 지금 글을 씁니다.

 

2년 전 그때도 이 음악을 들으며 창문 밖 풍경에 취해 오랜 시간 창문 앞에 앉아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2005년도에 호주에 갔었습니다. 고모가 사시는 호주 멜버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뭐랄까요 처음 보는 낯선 외국 풍경에 신기해하며 가슴 설레 하던 그때, 모든 것에 가슴 뛰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매일 아침 고모가 점심 도시락을 싸주셨어요. 그러면 저는 그 도시락통을 들고 멜버른 시내로 나갑니다. 시내 교회에서 공짜로 열리는 영어수업에 갔다 도서관에 갔다 하다가 점심시간 때가 되면 혼자 도시락통을 들고 한적한 장소로 향합니다. 어떤 날은 맥도널드 안이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시내 벤치가 되기도 합니다. 고모가 싸주신 샌드위치를 먹을 때 사람들 지나가는 모습, 차 지나가는 모습은 참 좋은 구경거리입니다. 외롭지 않았을까요? 전혀요 그 외로움은 내겐 너무나 값진 것이어서 너무나 사랑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잠시 고모댁을 잠시 떠나 혼자 기차를 타고 친구가 사는 퍼스(Perth)에 갔답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 3일 동안 기차를 탔어요. 혼자 3일 동안 기차에 앉아서 먹고 자고 하면서 낯선 곳에 혼자라는 생각이 왜 그리 가슴 설레던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혼자 서있다는 생각에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답니다.

 

“외로움만큼 멋진 것이 없다는 걸요”

 

혼자 낯선 곳에서 즐기는 사색만큼 그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겠죠. 퍼스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참 많은 걸 배웠답니다. 이제는 고모가 싸주시는 점심 도시락이 아닌 내가 직접 싼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퍼스 시내로 갑니다. 그리고 멜버른에서 했던 것처럼 공짜 영어 수업을 찾아다니다가 시내 어느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곤 합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와 늘 Nat King Cole의 음악을 들었답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와 늦은 밤 늦가을 창문 밖 풍경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죠. 그땐 손에 늘 커피를 들고 있었는데

 

아직도 Nat King Cole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늦은 밤 조용한 창문 밖 풍경들 그리고 늦은 저녁에 일을 마치고 친구 녀석이 들어오면 오늘 하루 어떻게 살았느냐고 서로 물어보던 기억들 프렌즈 시즌 4 DVD를 하루에도 수십 번 보던 기억들 늦은 밤 매일 운동한다고 혼자 거리를 뛰던 기억들

 

이 많은 기억들이 음악 하나에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오늘 자고 나면 다시 다 마음속에서 사라질 기억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들입니다.

 

늦가을의 Nat King Cole을 좋아하세요?

 

Monday, December 3, 2007 @ Ames, 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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