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셋 (in USA)

#6> 꿈을 꿉니다

by 엘트리고 2020. 7. 26.
반응형

Saturday, October 20, 2007

 

2년 전 호주 멜버른에서 작은 카페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늦가을의 어느 날 작은 카페에 들어가 하루 종일 도시 풍경에 빠져 사색에 잠겼던 그때 말입니다. 작은 테이블에 카푸치노 하나와 내 다이어리 하나, 그리고 적어나가는 나의 생각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순간이 참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땐 무얼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그때 적어놓은 글들을 보노라면 한국에 들어가 복학을 하게 될 것이며 TOEFL 시험을 칠 것이며 교환학생에 지원해서 아이오와 주립대로 가겠노라고, 수많은 계획들이 적혀 있더군요. 그땐 꿈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던 꿈, 그랬기에 더 노력하고 더 열심을 냈던 것은 아닐는지...

 

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계획들을 다 이루었더군요~ 교환학생 지원해서 이곳 아이오와 주립대로 왔고 어느새 졸업도 했고요~ 아무 학교 소속도 없이 영어공부하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멜버른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나는 학교 소속도 있고요~ 고모집에 있던 작은 오두막 같은 창고방에서 지내면서 언젠가 작은 내 방에서 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때와 비교해 보면 나는 지금 멋진 내방을 가지고 있고요~ 바로 밑에 있는 멋진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내 노트북을 가지고 글 쓸 수도 있고요~ 2년 전 그때 꿈꿔왔던 것들이 다 현실이 되어 내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2년 전 그때 꿈꿔왔던 것들이 현실이 된 지금을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2년 후 꿈꾸는 것들에 대한 목표에 압도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더 현실적인 것들을 꿈꿉니다. 2년 전 그때는 좀 더 현실 가능했던 것들을 꿈꿨다면 지금은 실현하기 힘든 더 큰 목표를 가지고 꿈을 꿉니다. 그렇기에 더 힘들고 답답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2년 전 그때도 꿈을 꾸며 그것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 역시 힘들어했었다는 것을 기억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꿉니다.

 

Saturday, October 20, 2007 @ Ames, IA

 

반응형

'생각 셋 (in USA)'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행복한 야채장수  (0) 2020.07.26
#9> 익숙한 것과의 결별  (0) 2020.07.26
#8> 가시 같은 존재  (0) 2020.07.26
#7> 늦가을의 Nat King Cole을 좋아하시나요  (0) 2020.07.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