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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셋 (in USA)

#9> 익숙한 것과의 결별

by 엘트리고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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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15, 2008

 

변화라는 단어만큼 참 매력적이면서도 힘든 단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책, 강연, 미디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변화”라는 단어입니다. 변화를 시도하라, 변화를 추구하라, 날마다 새로워져라 등등 지난 수년간 읽은 책 중에서 늘 빠짐없이 등장하는 슬로건입니다.

 

예전 누군가가 변화를 위한 마인드를 일상생활에 적용해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예컨대, 결혼식장에서 식당에 갔을 때 누구와 같이 앉을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당연히 우리는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 혹은 관련이 있는 사람과 같이 앉아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눌 것입니다. 가령,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같이 앉게 된다면 식사 내내 불편해할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즉, 변화는 우리의 삶에서 익숙하고 안정된 영역에서 벗어나 낯설고 불편한 영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입니다.

 

익숙한 사람과 같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은 익숙하고 안정된 영역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낯선 사람과 같이 앉아 어떤 이야기로 상황을 이끌어 갈까 고민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은 낯설고 불편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안정된 영역에서는 개인의 성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익숙하고 안정된 영역에서 정체되어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낯설고 불편한 영역으로 나와 성장을 이룰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그 책은 마무리됩니다.

 

가끔은 늘 변화를 추구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구본형 씨의 책 제목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처럼 날마다 익숙한 것들과 하나씩 결별해 나가며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낯선 공간에서 벗어나 익숙한 공간에서 계속 머물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지쳤을 때, 피곤할 때 그리고 실패가 눈 앞에 보일 때, 변화는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낯선 공간 그리고 어서 빨리 피하고 싶은 공간으로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로써 그동안 일해왔던 실험실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작년 10월 말부터 일했으니 4개월 정도 그곳에서 일해왔습니다. 이 실험실 이전에 8개월 넘게 일하던 곳에서 비자 문제로 인해 그만두고 나서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 많이 답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8개월 동안 익숙했던 곳과 결별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다시 찾아 나서는 과정 역시 나름대로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오늘 4개월 동안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변화는 힘든 것 같습니다. 늘 답답하고 두렵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몇 군데에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분명 몇 번은 좌절하겠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만나 낯선 것과의 만남을 시작하겠지요. 그리고 그런 낯선 것은 다시 언젠가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다가올 테지요?

 

그래서 낯선 새로운 무언가가 늘 설렙니다.

 

Friday, February 15, 2008 @ Ames,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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