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16, 2016
얼마 전 어느 배우의 오디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 배역 공모를 위해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그 역을 맡은 배우가 배역을 따내기 전의 오디션 영상입니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연기를 하며 카메라 앵글 속 그리고 카메라 너머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닌 그 역할에 대한 연기를 시작합니다.
아무도 보는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예전 대학시절 읽었던 책 제목입니다. 당시 대학 1학년 때 기독 동아리에 가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필독서라며 선배가 건네준 책입니다. 사실 책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은데 책 제목은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제목에서 주는 충격이 무척이나 컸나 봅니다.
고등학생 때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예배에 참석하고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했던 착한 아이와 평일날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책가방을 메고 지하철에 앉아 어느 길들여지지 않은 10대 청소년들처럼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낄낄대던 동일한 아이가 있습니다. 하루는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친구들과 친근한 욕설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무렵 당시 교회에서 성경공부 담당 선생님이 지하철 문에서 내리시려는 모습이 모여 순진한 마음에 저 멀리서 ‘선생님~’이라고 불렀을 때 저 멀리 선생님의 인상이 순간 찡그러지는 모습과 제가 부른걸 못 들은 척하시고 그냥 내리시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마 그 선생님은 교회에서 착하게 성경책을 펼치고 착하게 앉아 있는 내 모습과 평소 친구들과 짓굳게 대화하는 또 다른 내 모습에서 아마 후자를 보고 싶진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나의 인격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착하고 순진하게 얘기하는 나와 평소 친구들과 험한 말을 주고받는 내 모습을 처음으로 인지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보는이 없을 때의 나’ 는 어찌 보면 가장 원초적인 내 모습일 것입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는 포장된 모습이 전혀 없는 내 모습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제도와 사회 관념에 길들여지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10대 시절에는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의 나’ 자체가 아마도 ‘누군가가 보고 있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에서도 큰소리도 욕설을 주고받았고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웃었으니 말입니다. 그 차이는 아마 대학에 들어와 ‘사회성’이라는 의식이 생기면서 커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 사회성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아무도 보는이 없을 때의 나와 누군가가 보고 있을 때의 나와의 차이는 점점 더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사람들 속에 속해서 ‘나’라는 사람을 연극할 때는 그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나의 중요한 것들이 결정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남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인 사람이 되고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현명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예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언가를 하기를 꺼려했었을때 누군가가 했던 말이 ‘오늘 이후 평생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왜 그리 중시 여기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누군가 보고 있을 때의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의 부담을 무척이나 크게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아무도 보는이 없을 때의 나’와 ‘사람들 사이에서의 나’가 동일한 나 자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체 타인의 시선에 의해 내 중요한 삶의 방향성들이 결정되는 그런 어리석음을 피해야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은 나를 그만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No one care about me’ 라는 앞 단어만 가져오면 No Cam 이 됩니다.
나의 역활을 강요하는 오디션 같은 카메라는 없습니다. 나의 모습이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와 누군가가 보고 있을 때에도 늘 동일한 인격을 가진 ‘나 자신’ 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aturday, January 16, 2016 @ Wageningen,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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