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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넷 (in Netherlands)

#72> 겸손

by 엘트리고 2020.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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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December 17, 2015

 

돌이켜보면 어떤 일이든 자신감에 우쭐될 때 늘 실패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쯤이야’ 하며 자신에 가득 차 어떤 일을 맞이 했을 때 남들이 보기엔 이 정도쯤 밖에 안 되는 일이 나에게는 넘을 수 없을 듯 한 큰 장벽으로 다가온 경험을 몇 번 가지고 있습니다. 대신 넘을 수 없을 듯한 큰 장벽의 한계를 느껴 초조해하고 조마조마해하던 일들은 의외로 쉽게 얻은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감은 사치처럼 느껴지고 늘 뭔가를 높게 올려다보고 내 자신의 열등함을 인정하는 것이 마치 겸손인 듯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겸손은 무엇인가를 이루었을 때 그 결과는 내 능력이 아닌 다른 고차원적인 무엇인가에 의해 이루어진 운(luck)의 개념으로 생각되어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자기 열등 감적 표현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 능력으로 이룬것이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았다라든지, 한참 종교적일 때는 '신의 나를 도왔다' 라는 내 능력 범위 밖의 결과처럼 보이는 일련의 성취는 솔직히 무척이나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정도쯤이야’라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내 능력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가져보지만 그럴 때마다 ‘이 정도쯤’ 이 더 큰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푸념적 태도가 겸손으로 포장되어 있는 듯하며 그런 겸손의 미덕은 상당히 나를 불편하고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미덕처럼 여겨집니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 로 정의됩니다.

 

아마 나는 겸손의 정의를 망각한 체 내 중심적 태도로만 일관한 체 살아온 것이 아닌가 반성해 보게 됩니다. 이유인즉, 내가 생각해온 겸손에는 ‘타인’ 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나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어서 내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무척이나 약한 사람인 듯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 때문에 나 자신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을 마치 겸손 인양 착각한 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는것에서 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남을 존중하는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가 어렵게 성취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돌리는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겸손을 자신을 낮추고 낮춰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하는 과정이 아닌 자신의 작은 성공에 대한 감사를 타인에게 돌릴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정의하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Thursday, December 17, 2015 @ Wageningen,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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