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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넷 (in Netherlands)

#71> 각인

by 엘트리고 2020.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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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7, 2015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매일 잘 때 꿈을 꿉니다. 하루도 꿈을 꾸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이후부터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그날 꾼 꿈을 기억해 보려고 무척이나 애써보지만 99%는 기억이 나지 않고 아주 작은 단편적인 조각 몇 개만이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 전부터 그 단편적인 기억들을 생각나는 것만이라도 웹 노트에 적어두고 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잊혀질 그 1%의 단편적인 조각을 잃어버리기가 무척이나 싫은가 봅니다.

 

어느 순간 부터 모든 것들이 예전처럼 잘 기억이 잘 나지가 않습니다. 대학생 때는 친구들의 핸드폰 번호, 생일 등등 수많은 숫자들을 쉽게 기억하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기억들이 예전처럼 확연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신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그 잊어버림 역시 너무 쉽게 여겨집니다.

 

‘이걸 꼭 하겠다’ 라며 다짐했던 것들이 시간이 훌쩍 지나고 되돌아 보면 다짐했던 그 날 이후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각인(刻印) 시킨다는 말의 원래의 의미는 도장을 새긴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그런 다짐들이 내 삶속에 깎이고 깎여 깊이 새겨져 있지는 않았나 봅니다. 예전에 ‘두고 보자 하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이 없고 담배를 끊는다고 호언장담 하는 사람 치고 절대 금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무언인가를 각인하는 사람은 자기를 깎고 깎아 그것을 자기 삶 속에 새겨 넣는 고통스러운 작업 때문에 밖으로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고 합니다.

 

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과거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현재를 살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하지만 망각의 선물을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쉽게 받아들일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삶에 각인되어 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삶의 주제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다짐이 되었든 전화번호가 되었든 아니면 어제 읽은 책 문구가 되었든 그런 것들이 너무 쉽게 잊혀지고 그 잊혀짐 역시 너무 쉽게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의 단편적인 조각을 잃기 싫어 허무맹랑한 꿈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처럼 내 삶의 다양한 조각들을 깎고 깎아 내 삶에 각인시켜 내 삶의 영역에서 쉽게 끄집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 삶에서 잊혀질수 없는 수많은 다양한 스토리들이 존재해 삶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Friday, November 27, 2015 @ Wageningen,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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