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8, 2015
올초에 어려운 전공 개념 하나를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개인 블로그에 내 자신에게 설명하는 글을 적어둔 적이 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해를 했을 때 다시는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책에서 말하는 어려운 개념을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여 둔 것입니다. 당시 정확히 개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기에 언제 다시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둔 것입니다.
6개월이 지나 다시 그 개념이 필요해서 해당 블로그의 글을 읽었을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적어놓은 글을 쉽게 이해하기가 힘듬을 깨닫게 됩니다. 분명 그 당시에는 확실히 이해를 했다고 생각해서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서 글로 적어 놓은 것 같은데 6개월이 서 다시 읽어보니 그 개념에 대해서 많이 잊어버리고 있어서 인지 내가 설명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6개월 전과 똑같이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다시 그것을 이해했을 때 내가 적어둔 설명이 어떤 것인지 다시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 애매한 설명 몇 줄을 지우고 더 쉽게 설명하는 글로 가득 채워 봅니다.
내가 적어놓은 글도 시간이 지나면 해석하기 이토록 어려운데 남이 적어 놓은 글 그 혹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로부터 읽혀지는 책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서 해석될 때는 그 해석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이해가 이루어지기에 어찌 보면 원작자보다는 더 심도 깊은 해석과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내가 이해하고 성찰했던 그 생각이 시간이 지나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라는의문이 생깁니다. 수많은 생각과 의견을 무작정 뱉어내고 시간이 지나 그것들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그때의 생각과 의견은 어찌 보면 이해했다고 착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그 전공 개념과 같을 것입니다.
군대 입대전 교회 후배와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가 기억납니다. ‘어떤 군생활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내가 목말라도 내 주위의 사람에게 물을 건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말한 그 시간과 딱 9개월 뒤 뜨거운 여름 산속 벙커에 숨어 혼자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내 모습의 기억과 오버랩됩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이쁜카페에서에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내뱉었던 그 말은 9개월 뒤 뜨거운 여름 산속에서 물도 없이 며칠 동안 훈련 중인 군인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타심’이라는 자질을 갖추지도 못한 사람이 그저 쉽게 내뱉은 말에 다른 누군가는 원작자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해석자가 되어 나에게 이타심을 갖춘 사람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된 정보로 그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0% 자기 이해 혹은 성찰이 없는 생각은 당시에는 다 이해했다 착각하며 휘갈겨적어놓은 나의 글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더 큰 혼란만 가져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은 나뿐만 아니라 나에게서 조금이나마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도 같은 혼란을 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때의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진지한 성찰과 고민 없이 쉽게 상황을 인정하고 무시한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 적어놓은 글들을 다시 읽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릴기도 또 혼잣말로 ‘이게 아니었지~’ 라며 탄식하기도 하는 것이 그때의 즉흥성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의 상대성이 점차 커져가서 인지 가끔은 절대적인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지는 하루입니다. 이번 주는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습니다
Saturday, August 8, 2015 @ Wageningen,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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