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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 (in Korea)

#11> 회사 면접을 보면서

by 엘트리고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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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18, 2008

 

한 달에 다섯 번째 올라가는 서울입니다. 그래도 이번은 저번과는 다른 마음으로 서울로 향합니다. 저번에는 늘 그저 적성검사 친다고 올라갔었는데 오늘은 한 회사의 최종면접이 있는 날입니다. 참 길었던 몇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9월에 서류를 작성해 지원하고 서류 결과를 한참 동안 기다리고 서류합격 소식을 받고서는 서울로 가 적성검사를 치고 그리고 사흘 뒤 또 1차 면접을 보고, 기쁘게도 1차 면접을 합격해 오늘 최종면접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동부”라는 기업은 제에게 있어서는 참 가고 싶은 회사여서 인지 다른 곳에 비해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지곤 합니다. 동부의 계열사 중 “동부하이텍”이라는 곳은 국내에서 농업시장 부분에서는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곳이자 2007년 반도체 부분과 합병 후 늘 적자를 기록하는 반도체 부분의 손실을 메꾸어 동부하이텍의 총자산을 해마다 증가시키고 있는 동부 그룹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안정된 계열사입니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최종면접을 보러 강남 테헤란로 에 있는 동부 그룹 본사를 향합니다. 테헤란로를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거리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곳이자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그곳에 걸맞은 최고의 브레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곳 이 거리를 걷는 것 많으로 참 많은 도전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면접 대기장소에 들어가 우울하고 긴장한 모습의 면접 대기자들을 보는 순간 그런 열정은 다 사라지고 답답한 마음이 먼저 앞섭니다.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다 같은 결과를 기대할 텐데” 이중에 누군가는 또다시 탈락 소식을 접하며 눈물을 삼켜야 할 테니 참 잔인한 일입니다. 

 

“360도의 사회학”이라는 문구가 문득 떠오릅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한 곳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360도의 모든 곳을 향해 달리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치열한 경쟁, 적자생존의 원칙이 아닌 각자 360도의 어느 곳으로 자신만의 목적지로 달리게 된다면 참 멋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제가 속한 조는 다른 조와는 달리 세명이 한조입니다. 나는 내가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세명중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어립니다. 3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졸 신입 공채에 지원했다는 78년생과 서울대 출신의 79년생이 저와 한조입니다. 세명이 서로에게 느끼는 이 동질감은 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면접장소에 들어가 군대 이후에 처음으로 차렷 경례라는 구호를 외쳐봤습니다. 우습기도 하지만 이 우스운 광경을 직접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더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자리에 앉아 사장, 이사 등 수많은 회사 임원진들 앞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펼쳐 놓습니다. 지난 10년의 삶이 1~2분 안에 정리되어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 긴장된 억양, 오버된 말투.

 

인간의 존엄성은 생존 앞에서는 그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28년을 살아온 나라는 사람은 1~2분 안에 설명되는 그런 사람은 아닐 텐데요. 나는 면접 장소에서 말했던 것보다 더 멋지고 더 매력적인 사람일 텐데요. 면접이 끝난 후 회사에서 주는 샌드위치를 한 손에 들고 동부그룹 빌딩을 나옵니다.

 

테헤란로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거리 사이사이에 이미 가을이 흠뻑 스며들어 있습니다. 같이 면접 봤던 세명과 함께 서로를 격려해주고 꼭 연수원에서 만나자는 인사도 같이 나누고 연락처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훗날 세명이 다 좋은 결과로 만나 입사동기가 되면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늦은 밤 다시 서울역으로 향해 KTX에 몸을 싣습니다. 아직 모든 것은 현재 진행형 인 것 같습니다. 늦은 밤 차창 밖 풍경이 참 정겹습니다. 대학시절 늘 대학원만 꿈꾸다가 갑자기 바뀌게 된 진로지만 이 새로운 과정 역시 부족하지만 잘해오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되는 KTX 여행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도착지에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 구본형

 

Tuesday, November 18, 2008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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