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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섯 (in Spain)

#125> Date back

by 엘트리고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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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day, September 11, 2020

 

어릴 때부터 일기장에 일기를 쓰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온갖 오글거리는 내용들을 일기장에 적어두고 그 일기장을 혹시나 누가 읽을까 늘 노심초사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이동이 잦아지게 되면서 늘어만 가는 일기장을 처리하기가 곤란해져서 큰 마음먹고 그 많던 일기장을 다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 추억의 단편들을 너무 쉽게 버렸다는 자책감과 물리적 공간에 내 기억을 저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 후부터는 내 모든 기록들은 클라우드 웹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웹 연동으로 몇 년 전 오늘 이맘때쯤 무엇을 했는지 대충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세밀한 기록들을 매일매일 했다면 더 확실한 기억들이 존재할 테지만 게으름에 그러지 못해 몇 년 전 오늘을 거슬러 올라가 볼 수는 없고 몇 년 전 이맘때쯤이라는 좀 더 넓은 기억의 공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국가 기념일이라고 불리는 Día de Cataluña 라는 휴일입니다. 휴일에 늘 그랬던 것처럼 오전에 게으름을 피우면서 늦잠을 자고 오후에 잠깐 밖에 나와 거리를 둘러보다가 작은 카페에 와서 글을 써 봅니다. 그리고 9월 11일이라는 날을 생각하며 과거 오늘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겨 웹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나의 흔적들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9월 11일... 당일 적어놓은 과거 3년 동안의 기록들을 발견합니다. 과거 이런 기록들을 동일한 오늘 날짜에 보게 되면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지구가 태양계를 한번 공전한 시간, 아니 3번 공전한 그 시간의 간격 동안 내 상황과 생각이 그러했고 지금 이렇게 변했구나 하면 바로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년 이후부터는 당일 기록을 찾아볼 수는 없고 비슷한 시기 동안에 대략적인 내 상황을, 소셜 미디어 덕분에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장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사슬 처럼 얽힌 웹 기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 없는 기억의 단편들이 존재합니다. 전혀 그 당시 이 맘 때쯤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나의 시간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여러 웹 공간에 내 기억의 단편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그 단편들을 다 끌어 모아도 기억나지 않는 그 특정한 시기의 내 상황 말입니다. 싸이월드라는 특정 시기 동안의 내 기억의 단편들을 저장해 놓은 공간이 사라져 버린 상태에서 남아 있는 내 모든 웹 공간에서의 모든 기억의 단편들을 다 조립해봐도 그 특정 시기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잃어버리게 될 내 추억과 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늘어날것 같은 불안감이 생깁니다.

 

지속적으로 내 일상을 기록해야 겠습니다. 과거 History record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었습니다. 내 매일의 일상을 기록해 그 기록을 내 history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실천된 적이 없이 아주 단편적으로 드문드문 기록되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되지 않은 그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의 내 추억은 다 잃어버린 과거가 돼 버렸습니다.

 

다시 지속적인 일상을 기록합니다. 그 일상의 기록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바로바로 내 기억들을 date back 할수 있는 그런 기억의 공간을 확장해 나가야겠습니다.

 

Firday, September 11, 2020 @ Lleida, Spain

 

2016년 오늘 로테르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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