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0, 2009
마지막으로 받는 예비군 훈련 날입니다. 이른 아침 예비군 훈련장으로 향하는 오늘 하늘은 비라도 내릴듯한 표정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군복을 입고 탄티, 철모, 총 등을 몸에 걸치고 비를 맞으며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곰팡이 냄새나는 비옷과 늘 불편한 철모 그리고 우중충한 기분까지 마치 6년 전 군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하루입니다.
늘 비를 맞으며 산속 어디론가 걷곤 했었는데, 뭐랄까 비를 맞으면 맞을수록 보고 싶은 사람도 더 늘어나고 제대 후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이 기억나 가슴 설레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비 오는 날 작은 카페에 들어가 글을 쓰고 싶다며, 아마 과일 카페면 더 좋을 텐데.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과일 빙수 하나를 시키고 창가에 놓인 탁자에 턱을 괴고 하루 종일 앉아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싶다며. 세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속을 걸으면서 늘 생각하고 생각했던 훗날 비 오는 날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게 가장 가슴 설레었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 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늘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도 없고 단 둘이 만난 적도 없었는데 왜 그 사람이 비 오는 날 철모 사이로 흐르는 빗줄기에 더 생각났었는지 그 사람과 어느 무더운 여름 저녁 밝은 조명의 과일 카페에 앉아 작은 연습장에 같이 글을 써 내려가는 생각에 흐뭇이 미소 짓기도 했었네요.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그때의 그런 기억들을 다 잊은 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오늘 흐르는 빗줄기를 그대로 다시 맞으며 예전 기억, 감정들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으니 참 좋은 하루입니다.
참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 우연히라도 다시 만나면 그동안 내가 적어놓은 글들 한번 같이 읽어 주실래요?
Monday, April 20, 2009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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