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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섯 (in Spain)

#134> 시간을 미분하기

by 엘트리고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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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3, 2021

 

2021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덧 5월을 시작합니다. 시간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요즘 나에게 있어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교실은 5층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 10분의 시간이 생기면 5층에서 1층까지 내려간 뒤 거기서도 50m 나 떨어져 있는 매점에 가서 컵라면을 먹고 화장실을 갔다 와도 시간이 충분히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짧은 10분이라는 시간에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다 할 수 있었는지 의아 하지만 그 당시 내게 10분은 아주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때를 되돌아 보면 그 당시 10분이라는 시간의 긴 간격에 놀라고 또 지금 하루라는 시간의 짧은 간격에 또 놀라게 됩니다. 얼마 전 그룹 동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1년만 기다리라는 말도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몇 번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예전 누군가가 말하길 '10살짜리 아이에겐 1년이 그 아이의 인생의 1/10의 시간이겠지만 60대인 사람에겐 자기 인생의 1/60 일 테니 당연히 짧아 보이지 않겠냐'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어느 뇌 과학자는 이 현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어린 나이일수록 뇌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즉, 어릴 때는 같은 현실을 살지만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 세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말은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프레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즉, 1초에 카메라가 찍는 프레임이 늘어가면 그 영상은 슬로 모션이 됩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세상을 슬로 모션으로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나이가 들면 세상을 찍는 프레임이 적어져서 세상을 자주 보는 것이 아니라 듬성듬성 보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시간이 천천히 가게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더 자주봐서 슬로 모션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입니다. 난해한 말 같아 보이지만 세상을 더 자주 본다는 말은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미분 (微分, differentiation) 하는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7교시까지 있을 때 나에게 있어 시간의 감각은 최소 7개의 조각으로 나눠졌었습니다. 대학 시절 때도 하루에 3개의 수업과 아르바이트가 있었다고 하면 나는 최소 4개의 시간의 조각은 존재했었습니다. 반면 직장생활을 할 때 그리고 현재 박사과정 중 나에게 시간의 조각은 1개입니다. 즉, 하루의 일과가 나의 유일한 시간의 조각이 돼 버린 것입니다. 즉, 나는 하루에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달랑 1개인 것입니다. 학창 시절처럼 강의 중간중간에 시간이 있어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그 자투리 시간에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출근 후 업무라는 큰 하나의 시간의 조각만이 존재할 뿐인 것입니다. 

 

만약 현재 내 하루의 일과를 1시간 업무, 10분 휴식을 강제적으로 시행한다면 아마 내 시간의 조각은 늘어날 것 같으나 현재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7~8번 내 집중력을 깨트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2019년 말 부터 "시간을 미분하자" 라는 프로젝트로 시간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했었습니다. track.toggl.com/ 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내가 하는 활동의 영역들을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어떤 일을 할 때 그 프로젝트가 흘러가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무엇을 하다가도 이 일을 몇시간째 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어느 시점에서 멈출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위의 예시처럼 최소 7개의 시간의 조각은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계획적인 하루를 살면 좋을 텐데 사실 이렇게 많은 시간의 조각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시간의 조각을 만든 것이 1년에 3~4번밖에 되지 않습니다. 

 

질서 (order) 라는 습관은 무척이나 힘듭니다.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질서의 영역에서 무질서의 영역으로 빠져들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또 수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질서의 영역에 계속 머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거창하게는 삶, 단순하게는 하루 일상에 대한 정확한 목적의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피곤해서 그저 쉬고 싶을 때 질서라는 영역은 나를 얽매이게 하는 불편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질서는 알면서도 실천할 수 없는 영역이 되고 맙니다. 설거지거리가 넘쳐나고 방이 지저분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 모든 걸 다 무시하고 소파에 누워 그저 TV를 보는 내 모습처럼 말입니다.

https://rnrbook.com/999794233/?idx=1222

과거 미국 최고의 영적 거인이라 불렸던 조나단 에드워즈의 자서전, '조나단 에드워즈 처럼 살 수는 없을까?'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그는 삶의 매 순간마다 결심문 (resolution)을 작성해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세운 그 resolution 에 따라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의 70 가지 결심문 중 5번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순간의 시간도 절대로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을 가능한 한 최대로 유익하게 사용하자 (Resolved, never to lose one moment of time; but improve it the most profitable way I possibly can)"

 

<출처: Jonathan Edwards Center at Yale University>

 

The Jonathan Edwards Center at Yale University

New Landing Page Ways to explore Jonathan Edwards Scholarly New Research The Jonathan Edwards Studies journal is an interdisciplinary professionally refereed digital online publication, and invites graduate students, young scholars, clergy, seminarians to

edwards.yale.edu

늘 무질서의 영역에 함몰되어 시간을 쉽게 낭비하지만 오늘은 다시 조나단 에드워즈의 이 5번 결심문을 다시 마음속에 새겨야겠습니다. 그리고 비록 다시 질서의 영역에 있다 할지라도 분명 어느 순간 다시 무질서의 영역으로 함몰될 것이기에 그렇게 된다 할지라도 단순 자책이 아닌 그의 또 다른 결심문인

 

"혹시라도 내가 넘어져 점점 무감각해져서 이 결심문 중의 어떤 내용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다시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회개하자' (Resolved, never to lose one moment of time; but improve it the most profitable way I possibly can)"

 

라는 문구 역시 마음속에 새기고자 합니다.

 

오늘 부터 다시 시간을 미분합니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레고 (lego) 라고 합니다. 즉, 좀 더 잘게 부숴서 하루에 맞춰 끼우는 연습을 해야 겠습니다. 하나뿐이었던 큰 시간의 조각을 잘게 나눠서 여러 개의 조각들로 맞춰 하루라는 멋진 나의 레고 모형을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Monday, May 3, 2021 @ Lleid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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