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8, 2017
저번 주 한국에서 소위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분의 댁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첫 느낌이 마치 카페 같기도 하고 또 더 안쪽을 둘러보니 갤러리 같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분 성함을 검색해보면 그분 약력이 소개되는데 일반 사람이 만나 뵙기 힘드신 분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 사모님이 만들어주신 파스타와 바케트 빵 그리고 무척이나 럭셔리 해 보이는 향신료 등은 그 집의 인테리어와 잘 어울려 마치 내가 어느 고급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분들이 살아오신 이야기 그리고 본인 업 (業) 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를 듣고 있으면 그분들의 삶에서 겸손함이 느껴집니다. 이재 (理財)에 능통하신 분들이 아닌 본인의 업 (業) 이 좋아서 그곳에 몰두하다 보니 오늘날 그런 위치에 서게 되신 분들 같아 보여 그 겸손함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대화가 계속되면서 그분들이 현재 걱정하시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나의 시선은 내가 앉아 있는 집 안의 풍경들로 향하게 됩니다. 일반 사람들이 몇십 년 혹은 평생 벌어도 모으지 못할 금액이 그분의 1~2년 연봉인 상황에서 그 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미래의 상황에 무척이나 걱정하시는 모습과 한 달 렌트비가 일반 유학생의 1년 렌트비와 맞먹는 자택과 맞물리면서 순간 겸손함과 검소함에 대한 정의를 고민해 보게 됩니다.
사전적으로 겸손함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 로 정의되고 검소함은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이 수수함’으로 정의됩니다. 이렇게 사전적 정의로만 비교해 보면 겸손함과 검소함은 마치 상호보완적 관계로 느껴집니다. 남을 존중하면서 자신을 낮추는 태도는 사치스러움이 없는 수수함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 대화에서 겸손함과 검소함이 사전적 정의와는 다르게 상반된 개념으로 느껴지게 되니 아마 그 단어들에 대한 새로운 개인적 정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보입니다.
검소함을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음으로 정의하지 않고 ‘쓸데없는 것에 재원을 낭비하지 않음’
으로 정의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쓸데없는 것’ 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누군가에게 쓸데없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그 검소함에 대한 정의가 더 확장되어질 것 같아 보입니다.
몇백만 원짜리 커피머신을 구매한 친구가 있습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은데 좋은 기계를 사고 싶다며 몇백만 원 하는 커피머신을 알아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는 돈이 많구나’라는 단편적 느낌은 몇 초 안에 사라지고 순간 ‘나에게도 이렇게 무엇인가에 큰 재원을 투자하게 하는 열정 혹은 흥미 같은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 비싼 커피 머신은 나에게는 ‘쓸데없는 것 (unnecessary)’ 일수도 있지만 그 친구에게는 매일 아침 그 친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쓸데 있는 것 (necessary)’ 이기에 그 비싼 커피 머신을 구매하는 친구를 ‘검소하지 못하다’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그 새로운 정의의 검소함은 겸손함을 늘 수반해야 되는 부가적 가치같아 보입니다. 즉, 본인에게는 ‘쓸데 있는 것’ 이여서 많은 재원을 투자할 수 있을지언정 타인에게는 ‘쓸데없는 것’ 일수도 있으니 타인의 기준에서 ‘쓸데없는 것’에 대해 겸손함의 사전적 정의처럼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겠지요~
즉, 내 검소함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도 또는 설득하지도 않는 태도일 것입니다. 몇십만원짜리 조던 운동화를 구매하는 사람이 비싼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걸 꺼려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기준에서는 조던 운동화는 쓸데 있는 것이고 비싼 커피는 싼 거피와 별 차이가 없는 쓸데없는 것일 테니 개개인의 검소함의 기준에 개인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그다지 의미 없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늘 내게 ‘쓸데있는 것’과 ‘쓸데없는 것’을 잘 구분하고 재원을 투자하는 검소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내게 쓸데 있는 것과 남에게 쓸데 있는 것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Saturday, April 8, 2017 @ Wageningen,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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