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3, 2012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초속 5cm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사람을 급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본 특유의 스토리가 무척이나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보고 있으면 사람은 자신이 꿈꾸는 자아 혹은 사랑을 찾지 못할 때 얼마나 삶이 고달프고 느려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이기도 합니다.
로켓 비행사를 꿈꾸었던 13살 한 소년은 자기가 좋아하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밤새 기차를 타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이제 첫사랑은 뇌리 속에서 잊힌 체 자신이 꿈꾸었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며 자신이 좋아했던 첫사랑과는 전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의 독백 대사 중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옵니다.
단지, 생활을 하고 있는 것뿐으로 슬픔은 쌓여만 갑니다. 햇빛에 바랜 시트에도 세면장의 칫솔에도 휴대전화의 이력에도… “당신을 지금도 좋아합니다”라고 3년간 사귀었던 여성은 그렇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분명 1000번이나 문자를 주고받고 아마, 마음은 1센티미터 정도밖에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라고… 이 수년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닿지 않는 것에 손을 팔고 싶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대부분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찾아오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는 단지 일을 계속하여 문득 깨닫고 보니 날마다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마음이 오로지 괴로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아침 이전에 그렇게까지나 진지하고 올곧았던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나는 깨닫고 이제 한계라는 것을 알게 된 때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어제 꿈을 꿨습니다. 아주 옛날 꿈. 그 꿈속에서는 우리는 아직 13살로 그곳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넓은 정원으로 인가의 불빛은 한참 멀리 보일 뿐으로 뒤 돌아본 깊게 쌓인 눈에는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언젠가 다시 함께 벚꽃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나도, 그도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아의 실현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것이 무엇이길래 영화 대사처럼 탄력을 잃어가게 만들고 마음을 괴롭게 하는지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1센티미터 밖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룬 것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자아의 실현 그리고 가치라고 한다면 삶은 무척이나 단순해 보입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자아의 신화라는 표현으로 우리의 삶의 여정 가운데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살렘의 왕이 산티아고에게 말했던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라는 말처럼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원하는 자기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그 소망하는 것들이 결국에는 실현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시크릿 책에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생각나게 합니다.
각자가 소망하는 것들, 원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상상할 때 우주의 에너지는 그것들을 자신에게도 끌어당겨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망해야 하고 상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에너지는 자신이 간절히 원하고 소망할 때 끌어당김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런 시크릿의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아가라(move forward)”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소망을 실현시키고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서 산티아고는 그냥 양치기로만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그는 양을 팔아야 하고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가야 하며 사하라 사막을 건너야만 합니다. 그 앞에 놓인 수많은 일들에 두려움을 가지고 포기해서는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포기하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책 속에서 많이 만나게 됩니다. 크리스털 그릇 주인처럼 자신의 소망했던 것들을 이루었을 때 찾아올 허탈감이 두려워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티아고가 만났던 병사들처럼 그런 삶을 비웃으며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과연 그들은 불행한가 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은 ‘아니다’라고 결론지어 봅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마음이 요동치는 데로 그곳을 향해 뛰어갈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각자의 사회적 역할에 따라 개개인은 자신의 그런 욕구는 자제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지금도 회사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이 현재 이 일이 아닌 사람이 90% 가 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왜 하지 않으셨나요?”라는 질문을 해보면 여러 가지 상황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재정적 문제 혹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혹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를 인정한 부분들까지 각자의 삶에서 자기 마음속에서 원하고 소망하는 것들을 현실 속에서 100% 반영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의 삶에 충실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신이 속한 조직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고 해서 나 역시 “아니다”라는 결론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산티아고가 안주하고자 했던 몇 번의 과정 속에서 결국 그를 다시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게 했던 힘은 바로 연금술의 존재 이유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꿈꾸는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절히”라고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해 보입니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나를 꿈꿉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싶고 학위도 받고 싶고 전문화된 연구소에서 내 전문화된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1000번의 문자를 주고받아도 1센티미터 밖에 다가가지 못하는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산티아고가 오아시스에서 만났던 그런 신뢰의 관계성을 꿈꿔봅니다. 나는 신을 사랑하고 신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편협이 아니라 삶의 여유가 많고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넓은 아량도 꿈꿔봅니다.
나는 지식을 사랑하며 책을 사랑하고 싶고 내가 읽은 책들은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건강하고 싶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한 인상을 주고 싶습니다. 나는 완벽한 외국어를 구사 하고 싶고 그 언어를 통해 내 공간과 시각이 더 커지기를 기도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자신감으로 표출되네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책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한 말 같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말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지금도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우연의 일치로 어떤 것들이 내 앞에 놓이고 그것이 내가 원했던 것이다 라고 인정해버리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책은 삶의 모든 것이 표지라고 합니다. 결국 내 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일들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내 삶의 여정 속에 보이는 표지일 것입니다. 마치 산티아고 앞에 펼쳐졌던 수많은 일들이 결국 그를 피라미드 앞에 서게 만들었던 모든 일련의 과정이었으니 말입니다.
내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모든 일들은 하나의 퍼즐처럼 하나둘씩 맞춰 들어가 나중에 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퍼즐을 맞추는 일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퍼즐이 완성된 그 그림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퍼즐을 맞추어 가는 과정 속에 자아의 신화를 발견해 나가야겠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보다 더 나은 연금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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