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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무게

엘트리고 2020. 7. 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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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31, 2015

 

얼마 전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참 쉽게 드라마틱해지는 사람인 거 같아요~ 어떤 부분의 작은 실패를 가지고 마치 전체를 실패한 것처럼 드라마틱해지곤 해요~’ 그러자 그가 말합니다. ‘삶에 여유를 가지고 순응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요~’ 일상적인 삶에 대한 대화이고 또 그로부터 작은 조언을 얻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나이가 22살입니다. 나는 22살의 청년으로부터 삶의 작은 조언을 얻었습니다.

 

나이의 무게가 가끔은 우리의 어깨를 너무 무겁게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정서상 나이가 중요하고 또 생일이 빠르냐에 따라 친구가 되기도 하고 형, 동생이 되기도 하는 사회통념상 나이의 무게를 쉽게 떨쳐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으면 그만큼 삶의 무게도 무거워 보여야 한다는 그 보이지 않은 통념이 가끔은 우리가 삶의 반경을 넓히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봅니다.

 

군 시절 불치하문(不恥下問 ) 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내 계급이 병장이었어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등병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배우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등병에게 ‘내 문제는 뭘까 ‘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나는 사회의 통념에 따르지 않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었습니다.

 

시간이 훌쩍지나 사회에 발을 디딘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단어를 삶에 적용시켜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하기가 힘듭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나이의 무게가 내 어깨를 심하게 짓누르고 있나 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소통보다는 일방적 생각의 전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에게도 삶의 조언을 구할 수 있고 또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겠습니다. 그래서 폭넓은 소통을 이루고 다양한 의견을 내 삶에 반영시켜 나가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어깨에 있는 무거운 ‘통념’ 하나를 내려놓아야겠지요~ 그래서 좀 더 가벼워져 더 높이 날아가 더 폭넓은 세상을 더 바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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