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섯 (in Spain)

#136>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Why Not the Best?)

엘트리고 2021. 9. 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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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6, 2021

 

지미카터의 자서전인 Why Not the Best?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를 제목으로 정해봤습니다. 최선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대적인 의미이자 측정 가능한 단어가 아니기에 그저 미사여구와 같은 '최선' 이라는 단어를 무작정 사용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시간이 지나 과거를 회상할때 늘 남는 아쉬움은 그 측정 불가능한 단어인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일 것입니다.

 

얼마전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과 온라인으로 job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 분야가 소위 핫 하다고 하는 분야가 아니며 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이기에 제가 하고 있는 것에 딱 들어맞는 포지션이 뜨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뭅니다. 몇주전 링크드인에 추천으로 뜬 제 분야의 포지션을 보고 지원을 망설이다가 퇴근하기전 마지막에 지원버튼을 누르고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지원을 망설인 이유는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다시 해외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부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포지션이 완전 정규직이 아닐테구 몇년간 고용계약 이후 추가 계약연장이 되는 아니면 새로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텐데 나이를 더 먹어가니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해외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한 대학 후배와 이 부분에 대해 상의하면서 내가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대화 도중 아이러니 하게 과거 학업을 하면서 내게 장애요소가 될 것 이라고 생각했던 결혼이라는 부분이 지금 생각해 보니 내 향후 진로를 가장 막는 장애요소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일 지금 가정을 이룬 상태라면 그래서 내 동반자의 승낙만 있다면 미국이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고용조건에 상관 없이 내 분야의 일을 해 나갈수 있을것 같은데 사실 지금 미혼인 상태에서 해외에서 다시 몇년간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가능성이 있는 기회마저 내가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내로 귀국하여 이제 정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미국 대학 연구팀에 지원하는것이 망설여 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보고 결정은 차후 문제라는 생각에 지원 버튼을 누르고 퇴근하던 중 해당 연구팀 담당자로 부터 '지원서를 검토했고 면접을 보고 싶다' 는 내용의 이메일 한통을 받게 됩니다. 지원후 몇시간 만에 받은 이메일이여서 순간 더 머릿속이 복잡해 집니다. 이 상황은 내 경력이 마음에 들어 바로 응답한 경우일텐데 내가 면접에 응한다면 그곳에서 나를 채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사과정 이후에도 해외생활을 더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들어 몇일을 고민하였습니다. 당시 국내 한 연구소에 지원서를 내둔 상태였고 그곳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고민은 더 커져가기만 했습니다.

 

면접날짜에 응한 뒤 면접내용은 어떤 형태가 될지 물어보았고 그 연구팀 담당자는 면접관들이 질문할 내용들에 대해 귀뜸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그곳에 있지 않았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미국에서 새롭게 시작할 환경들과 해당 연구팀에서의 계약기간이 끝날때쯤 나의 나이와 그후 새롭게 포지션을 찾아야 되는 상황들이 찾아올수도 있음에 더 부담감을 느껴 면접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체 면접에 임했습니다. 당시 내 마음을 이해할수는 없지만 그냥 내 능력 부족으로 평가되어 탈락되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면접을 보면서 4명의 면접관들 앞에서 버벅거리며 말들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당연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체 임한 면접이라 임기응변에 의한 미사여구의 말들만 늘여 놓았을뿐 그 어떤 핵심적인 말들도 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해당 연구팀 담당자는 질문 내용들을 미리 귀뜸에 주었음에도 나는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처참했던 면접시간이 끝나고 몇일이 지난 지금 머릿속에서 늘 맴도는 말은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Why Not the Best?) 입니다. 지금도 머릿속에 면접관들이 질문했던 내용들에 대한 진짜 내가 했어야 했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조금만이라도 내가 준비를 하고 면접에 참여 했다면 진정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그곳에서 어떻게 이 일들을 연결시켜 나갈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기회들을 언급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갑니다. 

 

돌이켜 보니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드는 것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내가 할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내 역활을 다 해오면서 살았다고 생각이 들고 단순 평가할수 없는 최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인정하는 노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지금껏 실패의 결과를 받아들일때 늘 '나는 할만큼 했었고 내 인연이 아니였다' 라는 자기 위로는 할수 있었는데 이번 경우에는 내가 할만큼만 했어도 결과는 달라질수 있었기에 그 자책감은 더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이었던 지미 카터 (Jimmy Carter) 가 해군 장교로 근무할때 당시 해군제독이었던 사람이 지미 카터에게 '해군 사관학교에서 귀관의 성적은 어떠했는가?' 라고 질문을 했고 지미카터는 자신의 성취들을 피력합니다. 그러자다시 그 해군제독은 지미 카터에게 '귀관는 그때 최선을 다했는가?' 라고 물었고 지미 카터는 한동안 생각한 뒤 그렇지 않았다 라는 답변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그 해군제독은 지미 카터에게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Why Not the Best?)' 라고 지미 카터에게 다시 물었고 지미카터는 그 질문에 한동안 멍하게 있었고 그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 그 말이 그의 인생의 가치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Why Not the Best? 는 지금 제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습니다. '그 어떤 기회이든 결과에 앞서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 된다' 는 이 진부한 말이 단순 문장이 아니라 마음속에 박히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저 흘려보낼수 있는 작은 기회들은 시간이 지나 내 마음속에 메아리 치는 Why Not the Best? 라는 묵직한 말들과 함께 자책감으로 축적되는것 같습니다. 내 삶에 찾아오는 여러 기회들에 대해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노력들을 해 나가야 겠습니다. 그래서 Why Not the Best? 의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Yes I did 라고 당당히 대답할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unday, September 26, 2021 @ Lleid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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