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섯 (in Spain)

#132> 멈추지 않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엘트리고 2021. 2. 8. 09:44
반응형

Sunday, February 8, 2021

 

3년 전 박사과정을 막 시작할 무렵 읽었던 논문들이 있습니다.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읽으면서도 무척이나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읽어가는 논문들의 경우 그 내용들은 바로 다음날이면 뇌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저널에 논문을 내기 위해 자료들을 찾다가 3년 전 읽었던 논문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 당시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기억에도 남지 않았던 그 내용들이 지금은 그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이 되면서 내용들을 꼼꼼히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즉, 3년 전에는 기억에도 남지 않았던 글이 3년 뒤에는 행간의 의미마저 집중해서 보게 되는 의미 있는 글로 바뀌어 있는 것입니다.

 

현재 데이터 분석을 위해 R 코딩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코드를 사용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지만 처음 R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는 외계어 같았던 코드가 어려워서 무척이나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블로그에 처음 R을 배울 시점에 올려두었던 코드를 발견하고 이런 허접한 코드를 작성한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과거 외계어 같았던 그 어려웠던 코드가 지금은 아주 허접해 보이는 수준 낮은 코드로 바뀌어 있습니다. 

 

과거 홍정욱씨의 7막 7장이라는 책에서 '진보라 함은 내일의 목적지를 향한 거창한 전진이 아니라 오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소박한 노력이다.'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오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뎌 보이지만 조금이나마 전진하려고 노력한 것들이 축적되면 과거에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높아 보였던 장벽들이 어느새 낮아져 있게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일상이 일생이 된다는 말처럼 미래의 나의 모습은 현재의 나의 모습의 축적임을 깨닫고 일관성 있게 내가 해야할 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묵묵히 내 길을 걸어 나가야겠습니다. 그래서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나태하게 멈추지 않고 내 목표를 항해 전진해 나가는 과정속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그 당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바뀌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unday, February 8, 2021 @ Lleida, Spai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