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12, 2015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정치인은 대중들의 지지를 위해 노력하고 세일즈맨은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연인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곤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의 핵심은 얼마나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가가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비자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을때 누군가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한 책이 한비자인데 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한비자를 읽다보면 설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여 상대를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아니고 또한 말과 논리로 자신의 뜻을 충분하게 밝히기가 어렵다는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말과 논리를 펼쳐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말도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말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본마음을 알아 자기의 의견을 그 마음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비자 세난(說難)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옛날 정나라의 무공은 호나라를 정벌하고 싶었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딸을 호나라 임금에게 시집보내 환심을 사놓았다.
그 후 여러 신하에게 물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키려고 한다. 어느 나라를 먼저 정벌하면 좋겠는가?”
이에 관기사가 호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무공은 크게 화를 내며 그를 처형시켜버렸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우리와 형제의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를 정벌하라는 말이 과연 정당한가?”
이 얘기를 들은 호나라의 임금은 정나라가 자기 나라와 매우 친하다고 생각해, 정나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비도 취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정나라는 호나라를 공격해 빼앗아 버렸다.
관기사는 무공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만 문책을 당합니다. 즉, 설득의 핵심은 자신의 논리를 상대방에게 화려한 언변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해 그 마음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전 삼국지를 읽다 보면 조조의 수하 중 ‘순욱’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조조의 아버지가 도겸이라는 서주 태수의 지역을 지나가게 되자 도겸은 조조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자신의 장수를 시켜 조조의 아버지를 호휘하게 하는데 그 장수가 조조의 부친을 살해하고 재물을 가지고 달아나게 됩니다. 조조는 크게 상심하여 병석에 누워 있는데 많은 수하들이 조조를 방문해 위로의 말을 전하는 반면 순욱은 조조에게 대업을 이루는 한 걸음을 더 나가게 되었으니 축하드린다는 말을 합니다. 이에 조조는 벌떡 일어나 서주를 치는 계획을 순욱과 상세히 의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조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위로’의 말이 아니라 이 기회를 이용해 서주를 어떻게 치는가였는데 많은 이들은 조조의 본 마음을 알지 못했고 오직 순욱만이 상대방의 본마음을 알고 그에 맞게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한 것입니다.
얼마 전 전공소개 세미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각자 무슨 전공을 공부하는지 알고 정보교환 등으로 서로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세미나였는데 각자 본인이 공부하는 전공분야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과연 각자 다른 전공으로 앉아 있는 청중들이 특정 전공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개념, 예를 들면 활성 경로 같은 것에 관심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들이 듣고 싶은 얘기가 과연 세부적인 전공분야 지식에 대한 정보일런지 아니면 짧고 명백한 본인 전공의 핵심 혹은 이를 이용한 본인의 방향 설정 일런지가 궁금해집니다. 아마 청중이 원하는 것을 얘기했을 때 그 시간은 청중의 뇌리에 깊게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그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 그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맞출수 있느냐가 설득의 핵심이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만의 기준, 생각이 아닌 우리의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그리하여 나 역시 그들의 마음에 맞출 수 있는 생각과 의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들과 생각들이 나안에 머무는 것이 아닌 우리 안에 머무는 과정이 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