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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오류

by 엘트리고 2020.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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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25, 2012

 

저번 주는 출장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장밖에 별다른 기억이 없습니다. 얼마 전 출고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클레임 리포트가 계속 올라와서 그 현장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한 분은 해당 종자가 발아도 불량하고 광합성도 안돼 잎이 타들어간다며 열변을 토하시며 우리에게 항의를 하십니다.

 

“ 이 종자는 제가 검사했을때 그런 문제가 없었던 종자입니다. 제가 이곳 환경을 봤을 때 너무 과습 한 것이 문제인 것 같아 보이는데요”

 

제가 이 말을 건네자 그분은 바로

 

“내가 볼땐 자네는 아직 이 분야를 잘 모르는 것 같군… 내가 이 일만 20년 넘게 해왔고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라고 말씀하십니다.

 

결국 똑같은 종자를 회사 품질검사 팀원이 직접 이곳에서 검사하고 매일 상황을 체크해서도 동일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자는 걸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월요일 종자를 그곳에 파종하고 매일 그곳을 방문해야 되는 상황이 시작됩니다.

 

매일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후에는 차를 몰고 충남 부여로 향합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아직 아무런 증상이 보이지 않아 그저 온도 환경만 체크해야 되는 상황이었으나 해당 종자의 생리적 특성상 파종 후 5일 차 정도면 품질의 윤곽이 나타나기에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그날이 토요일이라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어찌 보면 내 업무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토요일 오전 독서모임 신년회 프로그램 준비모임에 참석을 하고 오후에는 차를 몰고 현장을 방문해 봅니다. 전날 폭설로 그곳을 가보지 못했지 때문에 어떻게 돼있을지 더 모를 상황입니다. 과연 내 검사가 오류 인지 아니면 그곳 환경이 내가 분석했던 데로 불량인 런지…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부여로 향합니다.

 

그곳에 도착해서 상황이 어떤지 살펴봅니다. 내가 검사했을 때와 동일한 모습의 종자형태가 보입니다. 발아율도 문제가 없고 광합성에도 문제가 없어 진한 녹색을 보이는 종자가 잎을 벌린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분이 제게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사실 저희가 실수로 관수 밸브를 2줄을 열어서 물을 과하게 줬었습니다. 저희 실수였는데 매일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5일 전 처음 이곳에서 주고받았던 말들이 기억납니다.

 

“ 이 종자는 제가 검사했을 때 그런 문제가 없었던 종자입니다. 제가 이곳 환경을 봤을 때 너무 과습 한 것이 문제인 것 같아 보이는데요…”

 

“내가 볼 땐 자네는 아직 이 분야를 잘 모르는 것 같군… 내가 이 일만 20년 넘게 해왔고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하지만 결국 제가 옳았습니다. 과습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현상을 제대로 파악했고 그분은 그 문제를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해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통계학 용어 중 1종, 2종 오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1종 오류는 참(true)을 거짓(false)이다고 판단하는 오류이며 2종 오류는 거짓(false)을 참(true)이다라고 판단하는 오류입니다.

 

테스트 당사자에게 있어 2종 오류의 발생은 1종 오류보다는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 같습니다. 불량을 양품으로 둔갑시키니 말입니다. 하지만 95% 신뢰 수준을 보인다 했을 때 95%의 참(true)을 5% 의 거짓(false)으로 착각하기는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5% 의 거짓(false)을 95% 의 참(true)으로 착각하기는 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실험자는 2종 오류의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부여를 향하던 일주일 내내 나는 과연 2종 오류를 범했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문제를 접근했고 그분은 본인의 노하우에 의존해 문제를 접근했기에 결국 오류는 그분이 발생시켰습니다. 즉, 1종 오류지요. 

 

맞는 사실을 틀렸다고 판단하는 오류. 내 삶 속에서도 얼마나 이런 많은 1종 오류들이 발생되고 있을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됩니다. 결국 이런 1종 오류 들은 객관적 근거가 아닌 내 경험과 편견에 의해서 더 크게 작용되고 있지는 않을는지

 

내 생각과 경험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오류를 범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내 중심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런 여유와 포용력을 통해 내 삶의 오류(error) 들을 줄여나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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