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섯 (in Spain)

#121> 아웃룩

엘트리고 2020. 8. 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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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6, 2020

 

얼마 전 길을 가는 중 차 한 대가 아주 협소 간 주차 공간에 차를 주차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앞뒤로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 하나의 주차공간이 비어 있었는데 공간이 좁아서 차를 제대로 주차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차 주인은 그 공간에 주차를 하면서 후진을 하는데, 멀리서 내가 봐도 곧 뒤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랑 부딪칠 거 같아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는 뒤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과 약간 부딪칩니다. 그런데 그 차량 주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계속 주차를 시도하고 결국 차를 그 공간에 밀어 넣고 일을 보러 떠납니다. 

 

이 광경을 목격하는 우리로써는 '왜 접촉사고를 내고 이 사람은 주차된 차량 주인에게 전화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것일까?' 하며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유럽에서 이런 광경을 종종 경험해서 인지 저는 이제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닌 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이리저리 스크래치가 나 있는 차에 아주 미미한 스크래치가 약간 생겼다는 게 그다지 큰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몇 년간 유럽에 거주하면서 느낀 것은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차량의 외관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처럼 차량에 작은 흠집이라고 날까봐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유럽에서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우리 기준에서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차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일단 외관이 깔끔하지가 못하니 차들이 다 오래된 차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요즘 출시되는 신차를 찾아보기가 어려우니 아마 대부분의 거리의 차들은 오래된 차들이 많은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왜 이들은 보이는 것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을까? 

뜨거운 여름날 피부가 탈까봐 신경이 곤두 쓴 채로 밖을 나가면 그 뜨거운 햇살 아래 잔디밭에 그냥 누워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얼굴과 팔에는 기미, 주근깨 혹은 잡티 같은 것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서 이런 것들은 얼른 피부과에 가서 제거해야 되는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이곳 사람들은 그냥 내게 있는 주근깨 정도로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보이는 것에 그렇게 신경 쓰고 있을까?

외모에 대한 지적은 한국에서만 가능한 사항입니다. 외국 어느 곳에서도 누구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주 무례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소유물로도 이어집니다. 내 차에 생긴 작은 스크래치에 우리는 범퍼 전체를 교체합니다. 실수도 휴대폰 액정이 깨졌는데 그것을 그냥 들고 다녔을 때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깨진 액정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위험성을 얘기하면서 교체를 권유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외관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왜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할까?

예전에 바빠서 자동차 세차를 몇주간 깜빡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를 가지고 지인을 만났는데 그 지인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자동차 외관과 그 차를 모는 사람의 자기 관리 능력' 은 비례한다는 말이 었습니다. 아마 외관이 지저분해 보이는 차를 가져온 것에 대한 약간의 핀잔 섞인 얘기였을텐데, 이것은 결국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세상이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들지 못하면 자신을 아주 낮고 낮은 사람으로 평가합니다. 전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1위인 국가가 대한민국인 것이 이런 상황에서 완전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보이는 것으로부터의 자유함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우리를 심하게 통제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 보다 타인이 인정해 주는 내가 더 안정된 나의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삶' 이란 결국 내 고유의 주체성을 상실한 삶일 뿐입니다. '우리 (we)에 속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불안감과 우리 (we)에서만 찾는 나의 정체성이 결국 내 고유의 가치를 상실하게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we) 안에서는 행복하지만 개개인은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을 아닐는지요?

 

그렇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덕목은 나만의 개인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 개인주의는 공동체 사회에서 나만 생각하는 비매너와 아집을 의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개인주의는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하며 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내 고유의 철학

으로 정립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꼭 그들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색깔로 내 길을 가는 것을 추구하는 삶의 과정 말입니다.

 

즉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삶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정답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틀렸다'라는 무언의 폭력을 가합니다. 하지만 삶에는 여러 해답만 존재할뿐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틀린 것' 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나만의 고유한 가치를 성장시켜 나가, 보이는 것에서 벗어난 -아웃룩 - 을 실천함으로써

 

아웃룩의 원래 사전적 의미인 '인생을 향한 나만의 가치관 (a person's point of view or general attitude to life)'

 

을 발전시켜 나가야겠습니다. 

 

 

Thursday, August 6, 2020 @ Lleid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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