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거리
Wednesday, December 6, 2017
얼마전 대학교 후배와 저녁식사를 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약속장소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며 꺼낸 서로의 첫 마디가 ‘우리가 얼마만에 다시 만나는 건가’ 였고 기억을 되짚어 보니 이 후배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딱 10년전임을 깨닫고 시간의 흐름에 서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서로 지나간 얘기들을 나누던 중 이 후배는 수원에 있는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었고 올해 박사졸업을 하였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시 이 후배가 박사과정을 할 시점이 제가 직장생활을 했던 시점과 겹쳐지는 기간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길었음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이유인즉, 30 km 도 안되는 거리에 서로 있으면서도 서로 다시 만나게 되는 시간은 10년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지난 수년간 수천 km 떨어져 있는 사람을 만났던 횟수가 30 km 떨어져 있는 사람을 만난 횟수보다 많은걸 보니
‘거리는 물리적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평생 만날 기회도 없이 살아갈수도 있고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친밀함 속에 더 많이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수도 있기에 ‘멀리있음’ 의 개념이 물리적 거리로만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예전에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한 질문으로 ‘죽음이 나쁜 것이라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서 나쁜것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나쁜 것일까?’ 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죽음이 이별의 문제라면 결국 죽음은 그 이별을 만드는 무한의 거리에 대한 문제일텐데 지금 나에게 무한의 거리에 있는 수많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느끼게 되는 하루입니다.
만남은 거리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가 머리에서 마음까지의 거리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무한한 거리를 만들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것 처럼 여겨졌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겠습니다. 공간의 핑계를 대지 않고 머리로 생각하고 바로 마음으로 실천해 가며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연습을 해 나가야 겠습니다.
Wednesday, December 6, 2017 @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