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오늘
Sunday, November 5, 2017
16년 전 오늘인 2001년 11월 6일 춘천으로 군입대를 하였습니다. 처음 겪게 될 군생활에 걱정 한가득과 반대로 늘 걱정만 하다가 이렇게 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언젠가는 곧 끝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입영장 안으로 향합니다.
아침의 쌀쌀한 날씨는 짧게 자른 어색한 머리 때문인지 오늘따라 더 싸늘하게 느껴집니다. 입대하는 날 나를 위해 같이 동행해 주었던 1명이 입대 전 마지막으로 사람이 붐비는 거리나 구경하라며 나를 춘천의 한 시장으로 데려갑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아침 햇살이 유리창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시장 곳곳의 풍경들이 마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오늘입니다.
무작정 한 교회를 들어가 봅니다. 목회실로 들어가니 한 목사님이 업무를 보고 계십니다. “오늘 군 입대를 하는 청년입니다. 포켓 성경을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라며 그 목사님께 여쭤봅니다. 그분이 주섬주섬 문서 속으로 포켓 성경을 찾으시다가 찾으실 수 없자 본인 양복 주머니에 있던 포켓성경을 내게 건네시며 같이 기도하자고 하십니다. 처음 만나 뵙는 목사님이 나를 위해 하시는 기도가 무척이나 내 마음을 울리는 오늘입니다.
나의 입대를 위해 같이 동행해주기로 한 고마운 다른 1명은 따로 올 예정입니다. 그 사람을 맞이하러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그 사람을 기다립니다. 11월의 추운 날씨와는 다르게 햇살은 무척이나 따스한 오전입니다. 옆에 같이 있던 사람이 노래나 들으라며 내게 이어폰을 건넵니다. 노래를 들으며 쌀쌀한 날씨에 코끝 시린 체 햇살 따뜻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 장면 역시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 멀리서 와준 다른 동행 1명을 만나 입영장으로 향합니다. 입영장에서 그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헤어진 뒤 삭막한 풍경이 펼쳐지는 군 생활을 맞이합니다. 늦은 밤 어색한 관물대가 보이는 침상에 누워 군생활의 첫날밤을 시작할 때 훌쩍훌쩍 거리는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무척이나 많은 오늘 밤입니다.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16년 전 오늘 가졌던 그 아쉬움과 그리움의 감정이 지금의 오늘에도 늘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쉽게 잊히는 오늘이 아니라 매 순간순간의 풍경이 머릿속에 각인되고 기억되는 그런 오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Sunday, November 5, 2017 @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