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하나 (in Korea)

#101> 친절 과잉의 사회

엘트리고 2020. 8. 4. 20:15
반응형

Monday, August 14, 2017

 

잠깐 이메일 확인할 것이 있어서 어느 카페를 들어갑니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일식 음식점에서 ‘이랏샤이 마세’라고 외치는 사람들처럼 수많은 종업원들이 동시에 ‘어서 오십시오~ ㅇㅇ입니다.’라고 외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음료를 주문하려고 카운터에 섰을 때 내가 말한 것들을 그대로 반복하며 ‘ㅇㅇ한잔 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엣된 종업원의 모습이 무척이나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광경은 예전 유럽에서 무언가를 사러 상점에 들어갔을 때 축구경기를 보던 상점 직원이 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내게 한 뒤 계속 축구경기를 관람하다가 축구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 잠시 경기가 소강상태가 되었을 때야 자연스럽게 내게 와서 주문을 받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유럽에서 유학을 하던 한 학생이

 

‘한국은 참 선진국인 것 같아요~ 모든 상점이 늦게까지 문을 열고 모든 서비스도 빠르고 친절한 것 같아요’

 

라고 제게 말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당시 유럽의 늦은 행정 서비스와 우리가 볼 때 무척이나 불친절해 보이는 종업원의 서빙에 실망하고 아마 한국의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에 자부심을 느꼈나 봅니다. 당시 그 얘기를 듣고 '빠르고 친절함이 넘치는 한국을 과연 좋게만 바라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서비스의 과잉친절이 과연 상대방을 배려하고 친절이 몸에 베인 국민성에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끝없는 경쟁에 의해 발생된 비정상적인 제로섬 게임 같은 상황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6시에 상점 문을 닫았더니 경쟁하던 옆집은 7시에 문을 닫게 되고 그 경쟁자 때문에 더 늦게 문을 닫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24시 영업이라는 전세계에서 찾아볼수 없는 비정상적인 과잉 서비스가 발생된 국가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A 라는 업체가 3일안 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했더니 다른 업체는 당일배송이라는 서비스를 들고 나와 어느 순간 우리는 전세계에서 찾아볼수 없는 온라인 쇼핑을 하면 당일 그 물건을 받게 되는 초 스피드 사회를 살게 되었습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업체간 경쟁속에 소비자는 아주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경쟁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것입니다.

 

내가 만일 늘 소비자의 입장에만 있다면 이 과잉친절의 서비스를 계속 누리는 서비스가 뛰어난 국가에 사는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 우리 모두는 소비자이기 이전에 어떤 위치에서든지 생산자 (노동자)이기도 할 테니 이 친절 과잉의 사회를 마냥 당연히 여기는 것이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손님이 들어와도 본인이 보던 축구경기를 계속 보던 유럽의 어느 상점의 직원이 순간 부러워집니다. 그리고 지금도 끝없이 ‘어서 오십시오~ OO입니다.’를 외치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의 직원들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비정상이고 그들이 지극히 정상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비정상에 익숙해진 우리가 느끼는 정상에 대한 어색한 감정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 영국 의료대란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한 영국인 간호사가 지금 자기 삶은 재앙이라고 말하면서 ‘일주일 연속 밤 11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있다’ 고 울먹이던 모습에서 ‘이게 왜? ’라고 반문하던 내 모습처럼 말입니다.

 

나부터라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익숙해진 관점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림을 실천해야겠습니다.

 

나부터라도 이런 노력을 하다 보면 친절 과잉의 사회가 아닌 그냥 친절한 사회에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Monday, August 14, 2017 @ South Korea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