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키워드
Monday, January 25, 2016
자료검색을 하다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종종 겪곤 합니다. 해당 자료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를 쳐봐도 얻고자 하는 자료는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자료조사를 하다 보면 그 단어가 아닌 다른 특정한 단어를 입력해야지만 내가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단어’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통용되는 특정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예전 영화 비평글을 몇 번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로 기억하는데 당시 영화 비평 카페에 혹평에 가까운 글을 나름대로는 논리 정연하게 적었다고 생각했으나 처음으로 댓글로 수많은 악플을 경험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 글 중에 특정 단어 몇 개에 많은 사람들이 악플을 달게 한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들이 ‘yes’라고 말하는 흐름상에 ‘no’라고 말하는 그 특정 단어의 뉘앙스는 군중 속 다수의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군 시절 분대장 교육을 받던 중 교육담당자가 질문을 하며 맞다고 생각하는 예시에 손을 들라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절대’라는 말을 사용하자 아무도 그 예시에 손을 들지 않자 교육담당자가 다시 완곡한 표현으로 예시를 들자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손을 들기 시작했었습니다. 특정 키워드 하나에 다수가 동의하지 않던 의견이 갑자기 동의할 수 있는 의견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었습니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할 때 앞에 ‘최근 6개월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먼저 한 후 행복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강연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시길 이것은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장난치는 방법 중 하나로 조사하고자 하는 것의 특정 방향성 혹은 키워드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그 행복에 대한 설문조사 시 ‘데이트’라는 특정 키워드를 먼저 제시해 행복에 대한 정의를 강압적으로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영화 비평글에서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에 ‘폭력, 미완성, 부재’ 같은 부정적 단어를 쓰는 순간 그 영화에 호의적인 대중은 본인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보이는 그 부정적인 단어들 때문에 글 전체의 논리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로 대변되는 반대의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댓글에 적혔던 대부분의 글들이 그 특정 키워드를 언급하며 내가 하고자 했던 결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를 쓴 나의 수준을 언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정 단어 하나에 찾지 못해서 애태우던 자료를 한 번에 쉽게 계속 연결 지어서 찾을 수도 있고 그 단어 하나에 나의 의견이 한순간 바뀔 수도 있으며 또 때로는 나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도 혹은 나를 곤혹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키워드를 알고 그에 맞게 말하고 행동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삶의 순간순간 가장 적절한 키워드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가져오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