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간극
Friday, January 8, 2016
얼마 전 프로젝트 제안서를 하나 제출했습니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주제를 프로젝트 형식으로 계획하고 제안서 형태로 제출하는 과제입니다. 직장생활 때부터 관심 있었던 분야를 주제로 정하고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며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안서가 완성되어갈 시점 내가 만들 자료를 계속해서 다시 읽으며 만족해하는 나르시시즘의 극대화에 이르게 됩니다. 프로젝트 발표날이 다가올 때쯤 비슷한 전공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 그 프로젝트의 주제 슬라이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때 몇몇 사람들이 흥미로운 주제라며 자료 요청을 하는 것을 보며 내 자료에 대한 나르시시즘은 극대화에 이르게 됩니다. 주제 발표를 할 때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완벽하게 했다는 생각에 최고 점수를 기대하며 결과를 기다려 봅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이나 낮은 점수이며 사실 어찌 보면 참여자들 중 가장 낮은 점수임에 실망하게 됩니다.
나는 정말 잘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한 친구가 회사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농자재 시장분석이라는 과제를 받고 며칠 동안 자료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십 장에 걸쳐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자료를 저에게 보여주며 피드백을 요청합니다. 그 친구가 자료를 설명할 때 무척이나 자신감이 느껴지며 자기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인턴쉽 담당자에게 그 자료를 보냈을 때 돌아온 답변은 ‘텍스트가 너무 많으니 1/3로 줄이며 포맷은 다른 어떤 이의 포맷을 참조해서 수정하라’ 였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말하기를 나는 정말 노력해서 만든 자료이고 모든 내용이 핵심인데 대폭적으로 수정하라고 하니 허탈감이 든다고 합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잘 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예전 회사 신입사원 연수시절 들었던 강연이 생각납니다. 나이 지긋한 회사 내 어느 분이 강사로 오셔서 신입사원들에게 강의를 해 주시던 중 초등학생이 전봇대에 붙인 강아지 실종 포스터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본인이 아끼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강아지 그림을 그려놓고 '꼭 찾아주세요' 라고 적었둔 전단지입니다. 강연장에 모든 사람들이 그 초등학생의 엉뚱함에 웃고 있을 때 ‘이 자료에 대해서 분석해 봅시다. 무엇이 빠져있고 무엇이 부족할까요?’ 라며 강사분께서 청중들에게 물어봅니다. ‘연락처가 안 적혀있습니다’, ‘사례금 내용이 없습니다’, ‘잃어버린 장소가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등등 많은 의견들이 쏟아집니다.
강사분이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볼때는 이런 수많은 허점과 부족함이 많은 포스터지만 이 초등학생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물론 간절함이 묻어 나오는 포스터입니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본인이 만든 자료나 보고서들이 자신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투자되고 혹은 열정이 묻어 나오는 자료라 여길수 있겠으나 직장 상사가 볼 때는 이 초등학생의 포스터와 같은 자료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늘 염두하시고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해 주십니다.
‘나르시시즘(자뻑)과 세상 혹은 내가 속한 조직 내의 평가의 간극 차이가 내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세상 혹은 조직의 평가에서는 평가절하될 수도 있고 내가 인정할 수 없는 결과물의 방향성이 높게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보면 전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이 잘못되었다 한탄한 체 은둔자가 되어 중원을 떠나기도 했으며 후자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는 세상을 한탄하며 살아가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전자든 후자든 ‘내가 늘 옳다’라는 기본 전제 의식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신감과 겸손의 간극 차이가 자신의 성품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하루입니다. 내가 틀릴수 있다는 유연한 사과로 남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겸손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득 찬 자신감이 잘 조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의 자뻑과 세상의 평가의 간극이 동일해져서 자뻑이 아닌 세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으로 평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