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넷 (in Netherlands)

#49> 의미부여

엘트리고 2020. 7. 3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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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y 10, 2015

 

예전 TV를 보던 중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마치고 핸드폰이 꺼진 줄 알았는데 켜져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했다가 곤혹을 치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TV 패널 중 한 명이 이해가 안 된다며 핸드폰은 총과 같은 것이라서 꼭 안전장치를 하고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데 그것이 핸드폰 lock을 걸어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Lock이 걸려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것이 터치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핸드폰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누군가에게 통화연결이 되어 곤혹을 치른적이 몇 번 있습니다. 꼭 lock을 걸고 주머니에 넣으려고 해도 자꾸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그 TV 패널의 말을 들은 이후 꼭 핸드폰은 lock을 걸고 주머니에 넣습니다. 마치 총에 안전장치를 하고 안전하게 주머니에 넣는 그런 마음자세라고 할까요? 이런 행동은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고 또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만든 행동도 아닌 작은 '의미부여' 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무엇인가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행동에 동기를 부여해주고 또 단순 암기나 혹은 반복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학습할 때 외워야 할것들 혹은 이해해야 할것들이 많을때 블로그에 그 내용들을 계속 타이핑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다’ 라고 타이핑치는 무료한 작업에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 생각들도 얘기해보고 ‘더 읽을거리는 이런것이 있습니다’ 하며 나만 볼수 있는 블로그를 마치 인터넷 강의같은 어색한 말들로 채워도 봅니다. 이런 작은 의미부여는 무엇인가를 학습하는데 무척이나 큰 도움을 주는것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직장생활을 할때 자기 직업에 무척이나 열정적이고 자부심이 크신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예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분은 종자회사 연구소에서 작물재배를 관리하시는 분이셨는데 일반 사람들이 볼 때 늘 매일 흙과 땀에 흠뻑 젖은 옷으로만으로 판단하건대 무척이나 낮은 레벨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울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내가 하는 일은 ‘종합예술’이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지금의 일을 하기 위해서 본인은 4~5가지 정도의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있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마치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누군가가 볼 때는 마치 농부의 허름한 옷과 햇볕에 그을린 주름만 보며 ‘한직’이라고 낮은 평가를 내릴 때 그분은 매일의 일상에 아트라는 의미를 부여하신 것입니다.

 

문득 톰 피터스의 와우프로젝트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군 시절 읽은 책이라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간직되어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 즉 Wow라는 감탄사가 터지도록 만드는 것’을 강조합니다. 군대 시절 제대하면 꼭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실행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불행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하찮은 것 혹은 뛰어난 것의 기준이 타인의 시선과 평가로 이루어진 게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겨도 내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매일의 일상을 예술작품처럼 살아갈 수도 있고 그래서 쉽게 지나가는 일상도 기억에 남들만 한 감탄사가 나올 수 있게 할 수 있는데 그러기보다는 나의 기준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더 큰 기준을 두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됩니다.

 

작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들을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각각의 프로젝트가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런 의미부여가 핸드폰에 무의식적으로 lock를 걸어두지 않고 주머니에 넣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lock을 걸게 만들어주던 원동력처럼 삶의 구석구석에 작은 모티브를 많이 제공해줘서 작은 일들이 큰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지는 그런 일상을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Sunday, May 10, 2015 @ Wageningen,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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