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스토리
Saturday, April 11, 2015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이 기억납니다. 예전 직장동료가 자기가 아는 사람이 이 책의 저자라며 추천해주었던 책입니다. 단순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가치 있다고 합니다. 취업대란이라는 수식 앞에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업(業) 가운데 일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을 주기도 합니다.
예전 직장에서 팀 인력보충을 진행하면서 제가 전체 이력서를 받아 적당한 사람들만 추슬러 상사에게 전달한 경험이 있습니다. 100건이 넘는 이력서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분명해지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력서를 다 보는 것이 아니라 5초 안에 이력서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입사원 공채가 아닌 팀 인력 보충이다 보니 팀 업무에 필요한 사람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필요조건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 업(業)을 이해하는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단순한 문제로 귀결됩니다.
업(業)을 이해한다는 것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전 신입사원 시절 나이 지긋하신 차장님 한분과 해외OEM 업체와 미팅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셨던 그분은 그 해외 업체와 계속해서 미팅을 해 오셨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에 의문이 들었지만 그 자리에 앉아 10분 동안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차장님이 2:1 ratio okay?라고 하자 상대편이 mixed or separated harvest?라고 물어봅니다. 다시 차장님이 separated harvest라고 간단하게 대답하자 상대편이 난색을 표합니다. 결국 mixed harvest로 합의하고 2:1 ratio 종자생산을 진행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짧은 대화에는 종자 업(業)에 수많은 경험과 지식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민병철 선생님이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절대 이해하지 못할 말들, 그들은 그렇게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에는 단순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통역해주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업(業)을 이해하는 그 차장님이 더 가치있는 활동을 하시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 보입니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자신이 일, 자신의 특기 혹은 취미 등을 잘 표현하고 그 안에 다양한 스토리가 있어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
결국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은 정답인 것 같습니다.
본인 어학실력으로 많이 고민하시던 분이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셔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해외쪽 업무를 맡게 되셔서 본인의 어학실력에 부족함을 느껴 고민이 많았던 중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맥도널드 앞에서 햄버거를 사고 나오던 중 입구 앞에 거지 한 명이 유창한 영어로 자신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돈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아 몇 센트 쥐어주고 나오던 중 순간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거지도 잘하는 영어' 내가 이 거지만큼 유창하게 어학실력이 있다고 했을 때 이 거지와 나의 경쟁력 차이는 뭔가’라는 물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본인 업(業)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업(業)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어학공부에 더 흥미가 커졌다고도 하십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깁니다.
결국 일상속에서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가는가가 중요해 보입니다.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서 나 자신을 표현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단순 숫자가 아닌 다양한 경험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동안 쌓아왔던 다양한 스토리들을 펼쳐낼 수 있는 스토링 텔러,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내 삶 속에서 만들어온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펼쳐낼 수 있는 스토링 셰어
가 되어야겠습니다.
Saturday, April 11, 2015 @ Wageningen, Netherl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