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속도
Thursday, February 5, 2015
새로운 곳에서 삶을 시작한 지 2주가 다 되어갑니다. 나에게는 낯선 유럽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문화 속에 살아가면서 한국에서 바쁘게 살았던 것과는 다르게 혼자 거리를 걸을 시간도 많고 그래서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속도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지금 내가 속해있는 시공간은 과거 내가 속했던 시공간과는 다른 속도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은행계좌를 여는데 10일이 걸리고 학생증이 나오는데 일주일이 걸리며 금요일 오후 3시에 일이 있어 방문한 사무실에서는 주말이라 다 퇴근해서 담당자가 없으니 월요일 다시 얘기하자고 합니다.
속도의 개념이 다른 공간에서 다른 속도의 개념을 들이밀수도 또 지속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파견 오신 나이 지긋한 어느 분께서 ‘이대로 가면 이 나라는 망할 거야’ 하며 성토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보면 이곳에서는 당연한 속도의 흐름이 우리에게는 너무 느리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분은 집에 인터넷 설치 요청을 하고 일주일 뒤에 인터넷 설치가 완료된 것에 분노하셔서 인지 유럽 전체를 휘잡아 애플의 아이폰 같은 혁신이 일어날 수 없는 문화로 규정하십니다.
속도의 개념이 다른 시공간에서는 그 속도에 맞춰 살아 가는게 맞는 건 아닐는지
굳이 혼자 뛰어갈 필요도 없이 그들이 걷는 포폭대로만 같이 걸어 나가되 그들보다 몇 걸음 더 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오후 1시에 문을 여는 마트가 그다지 불편하지 만은 않아 보입니다.
바쁘게 뛰는 법만 배웠는데 천천히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지금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