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성찰 2
Sunday, September 23, 2012
하루 (day)
성주지역에 대민지원 봉사를 갔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 온 마을이 마치 폐허처럼 변해 있습니다. 회사에서 대민지원 차원에서 이틀 동안 전사에서 직원을 차출해서 무료봉사 형태로 파견하였습니다. 저는 금요일 하루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가게될 직원이 서울에 살고 마땅히 내려갈 차편이 마땅치 않아서 제가 서울에 가서 그 직원을 픽업한 후 다시 성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서울로 차를 몰고 갑니다. 그 직원을 서울에서 태워 성주로 향합니다. 오전 10시에 성주에 도착해 현장으로 투입됩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의 철근을 밖으로 빼내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이것저것 밖으로 빼내면서 지금 몇 시일까 하는 생각에 시계를 무심코 보게 됩니다. 오후 1시 30분... 아직 오후 2시도 안된 것에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하루의 길이대로라면 지금은 오후 5시가 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일상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을 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어느 순간 오후 5시가 훌쩍 넘어버리기가 쉬운데 이 날은 하루가 무척이나 길어 보입니다. 힘들게 일하면서 시계를 자주 확인해 봐도 30분이 무척이나 길어 보입니다. 일상에 있어 30분은 옆자리 동료와 커피타임으로 쉽게 보내는 짧은 시간일진대 이날의 30분은 무척이나 길어 보이고 시간의 흐름도 무척이나 더디어 보입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하루의 길이를 생각해 보면 그날의 하루의 길이는 무척이나 길고 더디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군대 시절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라고 했던 그 길었던 시간의 길이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고 나면 한 달이라는 이 시간의 속도를 어떻게 비교해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상대적이다'라는 말이 정답일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상황의 상대적이기 이전에 내 마음 가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10시까지 성주에 도착하기 위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급히 하루를 시작했고 대민지원 봉사를 하면서 힘겨워하는 농민분들이 바로 옆에 계신데 회사에서 처럼 옆사람과 커피마시며 잡담할 수도 없었기에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열심히 일만 했기에 그 날의 시간은 더딜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국 하루 일상에서 내가 무심코 날려버린 몇 시간이 그곳에서는 모두 힘들게 일하는 시간으로 투입되었기에 그날 나의 하루는 무척이나 길었을수 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하루는 무척이나 길어질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긴 시간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짧게 지나가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간격은 각자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정리 (order)
이번 주 시작하자마자 집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책과 잡동사니를 원래 위치에 두었고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 그리고 방안 걸레질로 2시간의 대청소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무척이나 깨끗해진 방 안에 앉아 있으니 나 자신마저 업그레이드된 기분입니다. 방안이 지저분하고 싱크대가 꽉 차 있을 때는 뭐든 생산적인 일을 하기가 싫어지는데 내 방이 깔끔하고 정리돼 있으니 무엇이든 생산적이고 활동적인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책도 읽어보고 공부도 하고 글도 여러 편 적어 봅니다.
벤자민 플랭클린의 13가지 삶의 덕목 중 그는 정리(order)를 '있어야 할 곳에 물건을 두는 것 (Let all your things have their places)'으로 정의합니다. 책이 있어야 할 곳이 방바닥이 아니고 컵이 있어야 할 곳이 싱크대가 아니듯 모든 물건들은 각자 자기 자리가 있으니 모두 자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을 때 정리가 되고 안정이 찾아온다는 말 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있어야 할 곳에 둘 것이 물건들(things) 뿐일까 생각해 봅니다. god 노래 가사처럼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처럼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하는 사람은 무척이나 현명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나의 각자의 상황에서의 역할 그리고 그 역할에 맞는 위치에 내가 제대로 서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됩니다.
나는 삶 속에서 다양한 역할 아래에서 살아갑니다. 각자의 역할에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내 맡은 일을 제대로 감당해 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겠지요.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삶... 단순하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이 삶의 덕목을 제대로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