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인간관계의 지론
Sunday, October 31, 2010
수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늘 신중하게 피해야 것들 중 하나는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과거 내 모습을 돌이켜 볼 때 나는 늘 내 기준에 상대방이 맞지 않으면 내 기준에 맞추기를 바랐고, 또 그랬기에 어설픈 훈계나 자격 없는 비판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생각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을 내 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모순이며 그 생각 자체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가장 쉬운 상대가 가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이라는 단위는 절대 깨질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기에 서로 존중해 나가는 인간관계의 개념이 아닌 가장 이기적이고 원초적인 고집들을 부릴 수 있는 곳 같습니다. 내 생각이 이런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러지 않을 때 때론 원색적인 비난을 불사하기도 하고 때론 대화를 중단하기도 하면서 내 주장을 관철해 나가고자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범주는 점점 더 확대되어 내 주위의 친한 사람들에게 까지 번지게 됩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고 늘 만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은 내 가치관에 부합하기를 원하기에 그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땐 “넌 왜 그 모양이냐?”라는 식의 비아냥을 더하기도 합니다. 바꿔 말하면, 가족이나 주위의 친한 사람들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해 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일 나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인 경우에도 내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하고 말입니다. 특히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맘에 들지 않는 사람, 싫은 소리 하고 싶은 사람이 더 생기기 마련입니다.
“과장님은 파워포인트 하나도 못하고 서류 작업도 제대로 못하면서 앞으로 진급은 어떻게 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과장님이 걱정돼서 하는 소리예요”
글쎄요~ 과연 나는 이 과장님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을까요? 그냥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한심해 보여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던지는 비난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사람을 진심으로 걱정하기에 던지는 건설적인 비난인지, 아님 그 사람이 내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짜증 나 던지는 말인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요~ 결국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는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진정 이 사람을 내 삶에서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서 던지는 비판은 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기준만 중시하는 이기적 태도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혹여나 그 사람이 내 삶에서 정말 소중하기에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면 그 사람에게 마이너스가 되기에 던지는 일종의 충고는 그 말을 듣는 당사자 역시 따뜻한 말로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결국 내게 소중한 사람이 아닌 지나치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굳이 내 기준을 강요할 필요도, 조금은 냉정해 보이지만 그 사람에게 굳이 싫은 소리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테니 굳이 내 기준과 충돌을 일으킬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 중 역린(逆鱗)이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용이라는 동물은 길들이면 사람을 자신의 등에 태울만큼 얌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목 아래에 길이 한 자 정도의 비늘, 즉, 역린이 반대로 자라 있어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물어 죽인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각자에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역린은 분명 있습니다. 내 기준에 맞지 않다 하여 그 사람의 역린을 건드릴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할 필요도 강하게 어필할 이유도 없습니다. 조직생활에서 쉽게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내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많은 말들을 내뱉고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내가 이겼다’ 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게 잘못되었습니다. 당신은 이게 부족한 겁니다. 상황을 아시겠어요?”
상대방에게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그 사람의 기분이 상한 모습을 볼 때~ 왠지 모를 짜릿함이 생기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그리고 과연 제가 이긴 걸까요? 결과적으로는 내가 패배자가 돼버립니다. 이유인 즉, 난 또 한 명의 적을 만들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단단한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이라고 합니다. 가끔은 유연한 사람이 약해 보이고 주관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유연함 속에 자신의 원칙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닐런지요?
내 기준을 강요할 필요도, 타인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비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결국은 최후 승리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
오늘 저녁은 그런 사람을 꿈꾸며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