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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른 즈음에

엘트리고 2020. 7. 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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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December 31, 2008

 

내일이면 20대가 끝이 납니다. 1999년 20대를 시작하고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또 다른 세대로의 진입은 늘 새로운 시작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20대를 시작하던 1999년도에는 대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시작을 가져다주었고 2009년 30대의 시작은 이제 직장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가져다줍니다.

 

10년 전 10대를 마무리하고 20대로 진입하던 과정. 십 대 청소년들이 다 그렇듯 거친 말투와 과격한 행동에서 어느덧 내 나이 20으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해야 할런지, 어느 순간 말이 부드러워지고 행동이 순해지는 걸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철없던 시절처럼 여겨지지만 당시는 삶에 큰 전환점처럼 여겨지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지성인으로 만든다” 는 이 닭살 돋는 멘트가 당시는 어찌 그리 멋지게 여겨지던지 그렇게 20대를 시작한 시간이 단편적을 기억납니다. 

 

1999년 쉬리가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쉬리를 보겠다고 친구들이랑 영화관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지쳐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1999년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화해 그 속도에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쉬리라는 영화가 대박이 나면서 수많은 멋진 극장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던 시절, 고등학교 시절 멋으로 가지고 다녔던 삐삐 번호가 핸드폰 번호로 바뀌어 가던 시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영역이 개개인의 삶을 바꾸어 가던 시절,  대학 들어가자마자 교수님이 야후에 들어가 자료를 찾아오라는 과제에 야후가 뭔지 몰라 학교 전산실에서 97 한글 워드를 치고 있던 옆사람에게 “야후가 뭐예요?”라고 물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렇게 새로운 공간에 적응해 가며 시작한 20대가 이제 오늘로써 끝이 납니다. 20대를 되돌아보면서 후회되었던 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추슬러 보니 20개 정도가 나옵니다. 글쎄요 20대 시절의 그 자유와 열정으로 이 일들을 30대에 해 볼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지만 그 모든 것을 내 수첩에 적어 놓고 하나둘씩 실천해 나가려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20대 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이루어 나가 매일 20대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서른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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