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7, 2016
얼마 전 Den Hagg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몇몇 사람들과 함께 큰 도시로 가서 식사도 하고 바닷가에 가서 여유를 즐겨보았습니다. 저녁식사는 한인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식당을 찾던 중 식당 별점이 높은 한인식당을 찾아서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그 식당 내부는 무척이나 허름해 보입니다. 손님은 많은데 그 손님을 감당하기는 약간 힘들어 보이는 좁은 부엌이 그날따라 무척이나 더 비좁아 보입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우리의 대화시간이 음식이 나올 시간보다 훨씬 더 길어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쯤 첫 번째 음식이 나오게 됩니다. 식사를 하면서 불편한 점들이 계속 생겨도 북적되는 식당 분위기에 그냥 그 불편을 감수한 체 겨우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 때쯤 왜 이 식당이 이렇게 바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백발의 할아버지 한분이 이 식당의 주인이신데 우리가 계산을 요청드렸을때 그 할아버지께서 수기 영수증을 작성하시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너덜 해진 수첩에 적혀있는 우리가 먹었던 메뉴를 보시고 일일이 수기로 영수증을 작성하셔서 우리에게 금액을 알려주십니다. 계산대 너머로 보이는 좁은 부엌과 이 구식의 계산 시스템이 합쳐서 아마도 이 식당은 늘 바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계산하시려는 수첩 페이지에 적힌 메뉴가 우리가 먹은 메뉴가 아닌 걸 보고 약간은 짜증이 섞인 말투로 ‘이거 저희 메뉴 아니에요~’ 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해 봅니다. 어렵게 우리가 먹은 메뉴를 찾고 다시 계산을 하려는 중 체크카드는 단말기 계약이 끝나 계산이 안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만 가능하다는 말에 더욱더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내밀었을 때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신용카드 전표가 낡은 서랍에서 나오는 더 놀라운 광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 기억으로 아주 어릴 적 지금처럼 단말기로 신용카드를 긁는 것이 아니라 그 전표에 신용카드 번호를 적고 서명을 하면 나중에 신용카드 대금으로 청구되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순간 지금까지 기분 상했던 마음은 21세기 기술적 혜택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시는 이 백발의 할아버지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 전표조차도 잘 처리를 못하시며 ‘미안해요~’라고 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갑자기 저 멀리 은행 ATM으로 가서 현금을 찾아와 계산을 하며 그냥 지나가는 인사치레가 아닌 진정 마음에 담긴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며 그 식당을 나옵니다.
순간 우리는 너무 익숙해진 기술적 진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며 조금이나마 그 흐름에 뒤쳐지면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너무 쉽게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반성해보게 됩니다. 대학 학부시절 학교 뒤편의 허름한 찌게집이 기억납니다. 할머니 한분께서 운영하시던 식당이었는데 허름하고 낡은 식당이었음에도, 그 집의 돼지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학교 뒤편의 찾아가기 힘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식사를 하러 가던 식당입니다. 당시 할머니께서 찌개를 끓이시고 음식이 다 준비가 되면 “~어이 다 됐어”라고 외치시면 저희들이 부엌으로 가서 쟁반에 찌개와 반찬을 담아서 저희 자리로 옮겨와 식사를 했습니다. 어떤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도, 편안함을 기대하는 것도 아닌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맛있게 식사를 하고 똑같이 현금을 거둬 계산하고 나오던 그런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느 순간 시간이 흘러 더욱이 발전하는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져서 작은 불편함도 인정할 수 없는 여유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기술적 진보는 사회의 다양성을 감소시킬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자투리 시간에 우리는 더 많은 다양한 것들을 했던 것 같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 우리는 오프라인으로 더 다양한 일상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우리를 더욱더 획일적인 환경 속에 놓이게 하여 우리의 다양한 생각들을 점점 동일화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그 식당이 그 허름하게 보이는 그 아날로그적 방식을 계속 고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그 식당이 화려한 터치식 화면의 계산대와 손쉬운 결제방법으로 우리의 계산시간을 1분 줄여주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그 할아버지의 오래된 낡은 지갑 속에서 꺼내시는 허름한 거스름돈의 정겨움을 계속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aturday, September 17, 2016 @Den Hagg,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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